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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Jan 29. 2024

12.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70장

내 말은

알기 아주 쉽고, 

하기 아주 쉽다.


세상은 내 말을

알 수가 없으며, 

행할 수가 없다.


말에 일정한 요지가 있고,

애써 행함에 핵심이 있다.


그저 모를 뿐이기에,

나를 알지도 못한다.

나를 아는 이가 드물면,

즉 나란 존재는 귀하다.


이 때문에 성인은

거친 삼베옷을 입고,

속에는 옥을 품는다.


吾言甚易知, 甚易行. 天下莫能知, 莫能行.

오언심이지, 심이행. 천하막능지, 막능행.

言有宗, 事有君.

언유종, 사유군.

夫唯無知, 是以不我知. 知我者希, 則我者貴,

부유무지, 시이불아지. 지아자희, 즉아자귀,

是以聖人, 被褐懷玉.

시이성인, 피갈회옥.


도는 공기 같이 귀중한 존재다. 정상 작동할 때 그 귀중함을  느껴야 진짜 귀중한 존재다. 리더가 백성을 본성대로 살 수 있게 그냥 놔두므로 하는 게 없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마치 거친 삼베옷을 입고 속에는 옥을 품은 사람 같다. 일반인에게는 삼베옷 입은 사람만 보여 멋진 사람은 멋진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


‘이해하고 행하기 쉬운 무명의 도’

도는 없는 것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무지(無知)하고 무위(無爲)할수록 도에 가깝다. 도는 특별한 지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도는 의식적이나 의도적으로 할 게 없으니 행하기 쉽다.


세상이 이해하고 행하기 어려운 무명의 도’

세상 사람들은 남과 차별된 존귀한 리더가 천하고 우둔한 백성을 다스린다고 생각한다. 지식을 쌓고, 자의식을 높이고 의욕적으로 일해야 리더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노자가 말하는 핵심과 반대로 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노자의 말을 이해하고 행하기 어렵다. 리더가 되거나 리더 역할을 하는데 노자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자 주장의 핵심은 생각은 자유롭고 하는 게 없는 리더가 되라는 것이다. 이런 리더는 백성에게 덕을 베풀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다.


‘무명 속의 귀함’

사람들은 유명해야 귀하다고 생각한다. 노자는 다르다.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무명으로 존재하면서 제 역할을 하는 것들이 귀하다고 주장한다. 도는 공기처럼 흔한 존재고, 너무 흔해 그 존재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없어지면 존재의 귀중함을 깨닫는다. 즉 손꼽히는 명예에 다달아 명예가 없는 존재다(39장).


‘어진 덕을 품은 리더는 무명임’

마찬가지로 최상의 리더는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스펙이 좋고 명성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 아니다. 도를 깨달아 밝지만 소박하고 순수한 바보처럼 덕을 베풀고 나대지 않는 사람이다.


도는 없음이자 무한대이므로 알듯 말듯한 존재다. 도를 배울수록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지식을 넘어서 지식이 필요 없으므로 알기 쉽고, 할 게 없어 행하기 쉽다.


사람들은 내 말을 모르고 그렇게 말하는 나를 알아주지도 않는다. 몰라야 귀한 존재인데, 사람들이 나를 모르는 걸 보니 나는 귀한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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