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Jan 30. 2024

13. 공격을 주도하지 않고 자비심으로 수비한다

도덕경 제69장

군사를 지휘하는 데에 이런 말이 있다.

나는 함부로 주인이 되지 않고 손님이 되며,

함부로 한 치를 안 나가고 한 자를 물러난다.


이를

행하지 않고 행하고,

화내지 않고 화내며,

적을 깨뜨리지 않고 깨뜨리며,

전투 준비하지 않고 준비한다

고 말한다.


적을 경시하는 것보다 큰 화는 없으며,

적을 경시하면 내 보배를 거의 잃는다.


그러므로

군대가 서로 공격하면,

슬퍼하는 자가 이긴다.


用兵有言,

용병유언,

吾不敢爲主而爲客, 不敢進寸而退尺.

오불감위주이위객, 불감진촌이퇴척.

是謂行無行, 攘無臂, 扔無敵, 執無兵.

시위행무행, 양무비, 잉무적, 집무병.

禍莫大於輕敵, 輕敵幾喪吾寶.

화막대어경적, 경적기상오보.

故抗兵相加, 哀者勝矣.

고항병상가, 애자승의.


전쟁은 폭력을 동원한 살인행위다. 공격하여 살인을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자비심으로 수비한다. 적에게 방심하지 않고, 병사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처럼 느낀다. 똘똘 뭉쳐 수비는 견고해지고 싸움은 이긴다.


'어쩔 수 없을 때 손님으로 전쟁에 응하고 수비한다.'

전쟁에서 주인이 됨은 능동적 주도자로 싸움을 건다는 의미고 손님이 된다는 말은 피동적 수용자로 싸움에 응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노자는 '군대를 불길한 도구로 생각하며(31장), 전쟁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반대하지만(30장)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수동적으로 전쟁에 응하고 수비한다(69장)'고 했다. 형법에서 말하는 정당방위와 유사하다. 폭력은 위법이지만 자기와 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 폭력을 사용한다.


노자는 경사와 애사에 대한 대응방법이 다르다. 좋은 일은 주()가 되어 무위로 행하고 그 공덕을 드러내지 않는다. 반면 남 가슴 아픈 일은 손님()이 되어 되도록 관여하지 않고 주인이 부르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전쟁 시 수동적으로 응하는 이유는 이기든 지든 백성은 죽고 재정이 바닥나며 백성들은 살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전쟁에 대해 손님처럼 수동적으로 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불가피한 경우 선제 공격하지 않고 수비한다. 대부분 경제적 이익 때문에 선제 공격한다. 사익을 취하기 위한 선제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을 사용하면 보복이 반복되며 증오심이 커진다.


‘함부로 한 치를 안 나가고 한 자를 물러난다.’는 문장을 병법서처럼 승리를 위한 후퇴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후퇴하다가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공격하는 전략이다. 상기와 같이 해석 시 ‘상대가 허점을 보일 때 공격한다’는 뜻을 지닌 문장이 뒤따라 와야 한다. 그러나 69장은 ‘슬퍼하는 자가 이긴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다르게 해석한다. 폭력을 휘두르는 적에게 한 자를 물러나 자비로 수비한다. 싸우다 적개심이 생겨 화가 치밀어 올라 잃어버릴 수 있는 마음의 보배인 자비심을 지키는 싸움이다.


조용히 수비하는 것은 화내지 않고 전쟁을 냉정히 바라보는 더 무서운 화냄이다. 적을 공격으로 깨뜨리지 않고도 지지 않고 끝낸다는 의미에서 수비는 또 다른 유형의 깨뜨림이다. 또한 수비하면 전투 준비를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전투태세를 철저히 갖춘 준비다. 공격하는 것만 저항이 아니다. 수비도 역시 저항이고, 수비를 잘하는 자는 지지 않는다.


'자비()으로 전쟁에 임한다.'

방심하다가 적에게 일격을 당해 무참히 깨진다. 적을 무시하고 경멸하여 무자비하게 전쟁하면 나도 언젠가 똑같이 보복당한다. 또한 적개심을 는 경우 자신의 보물인 자애를 잃기 때문에 자기도 다친다. 화와 스트레스로 건강에도 좋지 않고 행복한 생활과 멀어진다. 아군 동료와 적군이 죽는 전쟁을 가여워하는 마음으로 맞이한다. 내가 소중하듯이 타인도 소중하고, 내가 희생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타인도 희생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더는 전쟁통에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미의 마음으로 전쟁을 두려워하고 슬퍼한다.


전국시대 초기 위나라에서 태어난 군사전략가 오기는 종기로 고생하던 병사를 보았다. 병사에게 다가가 입으로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었다. 병사들은 감복한 나머지 후퇴할 줄 모르고 분전했다고 한다.


자비로운 리더는 자기 몸과 같이 병사를 돌봄으로 병사는 똘똘 뭉치고 용감해진다. 수비가 견고해지며 싸워도 지지 않는다(67장).




매거진의 이전글 12. 알아주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