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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08. 2024

22. 작은 생선 삶는 것처럼 상하지 않게 다스린다

도덕경 제60장

큰 나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 삶음과 같다.


도로써 온 세상을 다스리면

귀신은 위력의 신이 아니다.

귀신은 위력 있는 신이 아닐뿐더러

신은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신이 사람을 상하게 안 할 뿐만 아니라

성인도 역시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이 둘이 서로 상하게 안 하므로,

덕이 사람에게 오가고 돌아간다.


治大國若烹小鮮.

치대국약팽소선.

以道莅天下, 其鬼不神.

이도리천하, 기귀불신.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비기귀불신, 기신불상인.

非其神不傷人, 聖人亦不傷人.

비기신불상인, 성인역불상인.

夫兩不相傷, 故德交歸焉.

부양불상상, 고덕교귀언.


60장을 지배하는 단어는 불상(不傷)이다. 본성을 상하지 않게 있는 그대로 다스리는 정치를 말한다. 마치 작은 생선을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통째로 삶는 것과 비슷하다. 대국을 무위자연의 도치(道治)로 백성의 본성을 상하지 않게 다스린다(不傷人).


'도치는 무위자연이다.'

나라가 클수록 백성은 군역, 세금과 중간관료의 횡포 등으로 상하기 쉽다. 따라서 대국을 다스릴 때는 백성이 상하지 않게 ① 분별하지 않는 통합 정치, ② 조심히 다루는 부드러운 정치, ③ 고요한 정치와 백성의 자율에 맡기는 무위 정치가 필요하다.


마치 작은 생선 삶을 때 ① 토막 내지 않고 통째로 넣고, ② 문지르지 않고 조심조심 씻고, ③ 휘젓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과 유사하다.


'귀신 인간을 부리며, 도치는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도는 세상의 주재자로 을 부리고 명령하며 생사여탈권을 가진 존재다. 도치를 펴면 인간을 해치는 신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성인은 도에 따라 위하고 다투지 않는 사람이므로(81장) 성인도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도치를 펴면 덕이 백성들에게 돌아간다.'

세상을 도로 다스리지 않는 경우 귀신과 통치자가 백성을 상하게 한다. 백성들의 욕심이 많아져 사고를 치며 화를 당하거나 법률 위반으로 형벌을 받는다.


반면 세상을 도로 다스리는 경우 도는 귀신을 통제하고 통치자는 덕을 베푼다. 백성의 욕심이 줄어들어 화를 당하지 않는다. 또한 성인은 덕을 베풀어 백성에게 돌아가며, 백성은 자기 본성대로 자유롭게 살아간다. 



송사리 매운탕

이번 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송사리 매운탕, 귀신과 신의 개념에 대해 알아본다.


수심이 얕은 논두렁 등에 송사리가 산다. 송사리는 은빛 색깔이 나는 5cm가량의 가늘고 투명한 물고기다. 날씨가 쌀쌀할 때는 뼈째 씹어먹는 송사리 매운탕이 별미다.


송사리 매운탕 조리법은 간단하다. 잡은 송사리를 깨끗한 물에 2시간 정도 담가 민물고기 특유의 물찌끼 냄새를 제거한다. 끓는 물에 무, 시래기를 넣고 삶는다. 무가 익을 때쯤 송사리와 마늘, 파를 넣고 1분 정도 더 끓이면 송사리 매운탕이 완성된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작은 생선을 삶음과 같다. 작은 생선 삶는 것처럼 최대한 상하지 않게 다듬고 삶는다.


'물에 담근다. 다듬을 것이 없다.'

송사리에 손댈 일이 별로 없다. 씻을 때 문지르지 말고 깨끗한 물에 담그는 정도면 족하다. 손질도 필요 없다. 지느러미, 뼈, 내장 등을 다듬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불상(不傷)의 특성이다.


'끓일 때 휘젓지 않는다.'

끓일 때 휘저으면 송사리가 다 부서지므로 그냥 놔두고 잘 지켜본다. 무위(無爲)의 특성이다.


송사리 매운탕 끓이는 것처럼 상하지 않게 조심조심 다스리는 통치를 도치라고 한다. 도치는 통치자가 어떤 목표를 정하고 백성들이 모두 그 방향으로 돌진해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도치로 다스리는 리더는 백성들이 스스로 자기 본성을 깨치도록 지켜보고 상생 및 순환하는 원리와 뿌린 대로 거두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다스린다.


신과 귀신


도덕경에서 신()은 무수히 많으며, 신들의 총합이 도다. 도가와 무속신앙에 신과 귀신이 있다. 일반적으로 말할 때 신은 귀신을 포함하며 인간 생존이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는 신령한 존재를 의미한다. 도덕경에서 신은 신령과 유사하다. 허의 여신을 골짝 신(谷神)으로 표현했다(6장).


사람은 에너지 또는 기의 집합체다. 음기와 양기가 조화를 이루어 정신적 힘과 육체적인 힘을 지닌다. 양기인 령(靈), 혼(魂)과 음기인 백(魄)으로 나뉜다. 령은 우주의 보편성을, 혼은 개별적 특성을 가진다. 사람이 죽으면 에너지가 육체에서 떠나 하늘로 올라가거나 흙으로 돌아간다. 령과 혼은 위로 올라가서 양기인 하늘이 되고, 백은 땅에 묻혀 썩고 삭아 음기인 흙이 된다.


하늘로 올라가는 혼은 신과 귀신으로 나눌 수 있다. 생전 사람들과 유대관계가 좋고, 천수를 다하고 집에서 죽었으며, 누구의 시체인지 알 수 있으면 신이 된다. 귀신은 신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원한이 있는 악귀다. 귀신은 사람과 교섭하여 정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병을 앓게 하는 등 해를 끼친다. 귀신()은 귀()와 연결시켜 원한이 있어 ‘돌아온 ’를 이른다.


신은 모시고, 귀신은 물리친다. 신이나 귀신은 인간과 관계를 맺고 교섭한다. 신령(靈)에게 서낭당을 지어 모시거나 제사 지낸다.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성묘하는 경우 (魄) 음덕이 후손들에게 전해진다. 또한, 귀신(鬼)에게는 굿을 벌여 회유하고 물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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