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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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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4. 2024

28. 하나되어 덕이 있고 이치를 꿰뚫어 본다

도덕경 제54장

잘 세우면 뽑히지 아니하고,

잘 안으면 벗어나지 못하며,

자손은 제사를 그치지 않는다.


자신과 하나됨을 닦으면 덕이 진실되고,

집안과 하나됨을 닦으면 덕이 남아돌고,

동네와 하나됨을 닦으면 덕이 오래가고,

국가와 하나됨을 닦으면 덕이 넉넉하고,

세상과 하나됨을 닦으면 덕이 넓어진다.


그래서

자신과 하나됨으로써 자신의 참모습을 보고,

집안과 하나됨으로써 집안의 참모습을 보며,

동네와 하나됨으로써 동네의 참모습을 보고,

국가와 하나됨으로써 국가의 참모습을 보며,

세상과 하나됨으로써 세상의 참모습을 본다.


내가 어찌 온 세상이 그런 줄 알겠는가?

이것 즉 하나됨 때문이다.


善建者不拔, 善抱者不脫, 子孫以祭祀不輟.

선건자불발, 선포자불탈, 자손이제사불철.

修之於身, 其德乃眞, 修之於家, 其德乃餘,

수지어신, 기덕내진, 수지어가, 기덕내여,

修之於鄕, 其德乃長, 修之於國, 其德乃豊,

수지어향, 기덕내장, 수지어국, 기덕내풍,

修之於天下, 其德乃普. 故以身觀身, 以家觀家,

수지어천하, 기덕내보. 고이신관신, 이가관가,

以鄕觀鄕, 以國觀國, 以天下觀天下.

이향관향, 이국관국, 이천하관천하.

吾何以知天下然哉, 以此.

오하이지천하연재, 이차.


이해시비를 초월하여 세상과 하나된다. 마음속에 내 본성, 우리 집안, 우리 동네, 우리 국가와 우리 세상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 느껴지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꿰뚫어 보인다.


'하나된다.'

세상과 하나되어 덕을 베풀고 이치를 꿰뚫어 보는 경우 그 집안은 번성하고 오래간다. 조상은 죽어도 그 덕에 자손이 번창하며 제사가 그치지 않는다.


하나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를 다. 잘 세우면 뽑히지 않고 잘 안으면 벗어나지 못한다. 잘 세우면 심은 것이 주변 땅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에 뽑히지 않는다. 꼭 안으면 안긴 자는 안은 자와 하나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다.


'하나되어 자아를 잊는다.' 

자아가 이해시비를 잊고 대상과 혼연일체가 되어 무아지경에 빠진다. 게임에 빠진 애들은 게임을 자기와 동일시하고, 돌을 깎는 석공은 연장을 자기의 팔처럼 느낀다. 공연에 몰입하는 가수는 누가 가수고 관객인지 헤갈린다고 한다.


'하나되면 자아가 확장된다.'

하나되면 자아를 잊고 집안, 동네 등을 나처럼 생각하고 덕을 베푸므로 덕이 주변으로 퍼진다. 자아가 내 몸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 내 집안, 우리 동네, 우리 국가, 우리 세상으로 확대된다.


하나되면 ‘나’라는 존재에 집착하지 않는다. 자아의 이해시비를 고집하지 않으므로 공정하고 진실하다. 내가 집안 식구들과 하나되면 자녀, 부부, 부모 등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끼므로 덕이 넘친다. 내가 우리 동네 사람들과 하나되면 옆 집 사람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끼므로 나와 동네 사람들을 비교하거나 경쟁하지도 않는다. 옆 집 아들이 좋은 대학 가면 나도 기쁘다. 내가 우리 국가와 하나되면 백성들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 느껴진다. 백성이 굶주리고 병들면 내가 배고프고 아프다. 전쟁이 나면 내 집에 불난 것처럼 느껴져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을 위해 싸운다. 온 세상과 하나되면 원수진 이웃 나라에 지진이 난 경우 고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지진 난 것처럼 안타까워한다. 세상에 평화가 깃든다.


'하나되니 세상이 마음속에 있고 그 참모습을 느낀다.'

참자아 하나되어 ‘나’라는 존재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를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으로 바라본다. 남과 비교하여 느끼는 열등감과 고정관념으로 입은 상처가 치유된다. 나에 대해 온전히 사랑한다.


집안과 하나되면 애들이 ‘나’고 배우자가 ‘나’다. 우리 동네와 하나되면 우리 동네 사람들이 ‘나’다. 국가와 하나되면 국가가 ‘나’고 ‘내 집안’이고 ‘우리 동네’다. 세상과 하나되면 세상이 ‘나’고 ‘내 집안’이고 ‘우리 동네’고 ‘내 국가’다.


하나될 때 비로소 내 본성, 우리 집안, 우리 동네, 우리 국가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의 참모습을 느끼니 세상의 이치를 안다.'

세상과 하나되어 세상을 내 마음속에 담는다. 고요한 마음으로 관조함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을 느끼며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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