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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6. 2024

30. 밝은 빛을 가리고 돌이켜 내면을 비춘다

도덕경 제52장

세상은 시작이 있으며,

세상의 어미로 삼는다.


어미인 도를 이미 얻어,

그 자식인 세상을 안다.


이미 자식인 세상을 알지만,

돌이켜 어미인 도를 지키니,

자신을 잊어 위태롭지 않다.


구멍을 막고 문을 닫으면,

종신토록 힘들이지 않고,

구멍을 열고 일 처리하면,

종신토록 구하지 못한다.


크지만 크다고 하지 않는

작음을 깨달아 밝다고 하며,

강하지만 강하게 하지 않는

부드러움을 지켜 강하다 한다.


 깨달음의 빛을 다스리고,

밝음의 본디 자리로 되돌아가면

자신에게 재앙이 따르지 않으니

이를 빛을 가린 참된 이치라 한다.


天下有始以爲天下母. 旣得其母, 以知其子.

천하유시이위천하모. 기득기모, 이지기자.

旣知其子, 復守其母, 沒身不殆.

기지기자, 수기모, 몰신불태.

塞其兌, 閉其門, 終身不勤.

색기태, 폐기문, 종신불근.

開其兌, 濟其事, 終身不救.

개기태, 제기사, 종신불구.

見小曰明, 守柔曰强.

견소왈명, 수유왈강.

用其光, 復歸其明, 無遺身殃,

용기광, 복귀기명, 무수신앙,

是謂襲常.

시위습상.


회광반조(回光返照) 떠오른다.  장에서 깨달음의 빛을 다스려 본디 자리인 마음으로 되돌아간다고 표현했다.


외부 존재와 욕망에 쏠려 있는 눈과 귀를 슬쩍 가리고 돌이켜 내면을 비춘다. 만물의 근원인 도는 마음에 이미 있어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안다. 깨달음의 빛은 강해 세상 사람들을 다치게 한다. 내면으로 돌리고 부드럽게 한다. 그 방법으로 도처럼 하라고 한다. 큰데 크다고 하지 않고, 강한데 강하다 하지 않는다.


'도를 얻는다(得道).'

온 세상의 시작은 ‘도’다. 도는 마음속에 있어 이미 얻었고 세상의 이치를 알 수 있다.


'도를 지킨다(守道).'

이미 세상의 이치를 알지만 세상 속에서 도를 지키며 사는 경우 세상을 비난하거나 세상 사람들에게 상처 줄 수 있다. 다른 장에서 예로부터 도를 잘 행하는 자는 눈과 귀의 밝음으로 다스리는 게 아니라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백성을 다스리고(65장), 모르는 게 부처고 아는 게 병이라고 했다(71장). 깨달음의 빛을 가리고 돌이켜 내면을 비춘다. 밝음의 본디 자리인 자기 마음으로 되돌아가 자신을 지킬 수 있어 위태롭지 않다. 


'빛을 가린다(塞其兌, 閉其門).'

외부 자극을 무시하고 나에 집중한다. 외부 존재를 판단하지 않는다. 남에게 빡빡하거나 남의 단점을 들추지 않고 남을 포용하며, 환경을 온전히 수용한다. 세상으로 향하는 관심을 내면의 자신으돌리고 살아있음과 현재에 집중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귀를 닫아 외부 존재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세상은 나와 남이 분별되지 않으며 의식작용이 끊어지고 시공간도 없다. 아무 생각할 필요 없고 어떻게 하려고도 하지 않기에 힘들지 않다.


눈을 뜨고 귀를 쫑긋하여 외부 존재에 집중하는 순간 나와 남으로 나뉜다. 오감이 작동하고 내 관심은 세상으로 향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나와 남으로 나뉘어 늘 대립하고 경쟁한다. 세상을 붙잡을 수도 내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마음이 불안하다. 오감과 머리로 세상사를 풀려고 해 봐야 평생 도를 깨닫지 못해 괴로운 자신을 구제하지 못한다.


'음과 부드러움을 지킨다(見小, 守柔).'

깨달음의 빛은 너무 강하다. 그대로 드러나면 주변 사람이 다친다. 큰데 크다고 하지 않고, 작은 일도 성실히 한다. 강한데 강하다고 하지 않고 부드럽게 대한. 내면의 밝음외면의 부드러움으로 깨달음의 빛을 다스린다.


'빛을 가린 참된 이치(襲常)'

가려 부드러워진 빛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 빛이 자신의 내면을 향해 내면이 밝아지고 외부로 드러날 때 그 빛에 다치는 사람이 없으므로 ‘빛을 가린 참된 이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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