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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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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17. 2024

31. 소유ㆍ의지하거나 주재하지 않는다

도덕경 제51장

도는 낳고, 덕은 기르며,

도와 덕에 의해

물체가 모양을 드러내고,

무리지어 세력을 이룬다.

이에 만물은 도를 높이 여기고,

덕을 귀히 여기지 않을 수 없다.


도는 높고 덕은 귀하다.


그저 명령하는 게 없어도 

 저절로 그리되는 방식으로

도는 낳고 덕이 기른다.


낳아서 자라게 하고,

보살펴 성숙시키며,

키우고 덮어 주지만,

낳아도 소유하지 않으며,

위하고도 의지하지 않고,

키우나 주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어두워 알기 어렵고,

깊어 심오한 현덕이라 한다.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도생지, 덕휵지, 물형지, 세성지.

是以萬物莫不尊道而貴德.

시이만물막부존도이귀덕.

道之尊, 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도지존, 덕지귀, 부막지명이상자연,

故道生之, 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고도생지, 덕휵지. 장지육지, 정지독지,

養之覆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양지부지, 생이불유, 위이불시, 장이부재,

是謂玄德.

시위현덕.


자연은 만물을 낳고 보살펴 길러 준다. 그러나 자연은 자기가 낳은 자식이지만 소유하거나, 주재하지 않는다. 했다는 생각에 빠져 자부하거나 보답이 돌아올 것에 의지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도 덕을 베풀고 자연처럼 백성에게 위세를 떨지 않는다. 마치 어머니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같다.


'만물은 도와 덕을 자발적으로 존귀하게 여긴다.'

도와 덕은 물질과 물체를 만들고 기른다. 물체가 무리를 지어 자연을 이룬다. 만물은 스스로 태어나 자란 것이 아니다. 도∙덕의 끝없는 은혜 덕택이다. 만물은 어떤 대가 없이 낳고 기르는 도∙덕에 대해 마음에서 절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도와 덕은 끝없는 은혜를 베푸나 드러내지 않는다.'

도가 높고 덕이 귀한 이유는 그저 명령하는 게 없어도 늘 저절로 그리되게 하는 방식으로 낳고 키우는 데 있다. 또한 도와 덕의 은혜는 부모님의 은혜처럼 끝이 없지만 은혜를 베풀었다고 자식을 소유하지 않는다. 했다는 생각이 없으므로 자부하거나 보답에 의지하지 않는다. 자기가 낳은 자식이라고 해서 자기 생각대로 이끌려고 하지 않는다.


'베푸나 드러내지 않는 현덕(玄德)'

현(玄)은 검다는 의미로 어둡고 깊은 특성이 있다. 어두워 알기 어렵고 드러내지 않으며, 깊어 심오하다. 현(玄)은 오묘하고 심원함을 의미하고 도와 덕의 특성을 상징한다(1장).


도와 덕의 은혜가 오묘하고 심원한 방식이다. 낳고 기르지만 명령하지 않고 스스로 그리하도록 놔두는 방식이므로 딱히 그렇게 한 게 선명하지 않다. 또한 낳고 기르지만 내가 낳고 길렀다는 생각을 안 하므로 소유할 생각도 잘난 체할 생각도 못한다.



2013년 서울체고를 졸업한 축구선수 박이영은 불러주는 대학이나 프로팀이 없었다. 한국인이 감독을 맡고 있던 필리핀 2부 리그를 선택했다. 2014년 말 꿈꾸던 유럽 진출을 준비하기 위해 필리핀 생활을 접었다. 포르투갈의 프로구단 CS마리티무가 관심을 보여 에이전트 없이 15일 동안 입단 테스트를 받았으나 떨어졌다. 슬로바키아 3부 리그 소속팀의 입단 테스트에서도 낙방했다.


오스트리아에 사는 이모부가 토마스와 아냐 부부를 박이영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 부부는 독일 함부르크에 살고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박이영이 뛰는 비디오 영상을 보고 함부르크에 초청했다. 축구에 열정이 있고 운만 조금 따른다면 좋은 선수가 될 거라 생각했다. 인터넷을 뒤져 에이전트를 연결시켜 주었다. 박이영은 2015년 FC 장크트 파울리(2군인 U-23팀 소속)에 입단했다. 토마스 부부는 거처가 마땅치 않은 박이영에게 자기 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했다. 박이영을 직접 훈련장에 데려다주고, 음식도 해줬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응원하러 축구장에 갔고, 박이영이 나온 기사는 짧아도 모두 모아 두었다.


토마스 씨는 박이영의 FC 장크트 파울리 1군 팀 데뷔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자기 친아들이 경기장에 나선 것처럼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아냐 씨는 박이영을 돕는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우리도 그와 함께 하는 생활이 즐겁고 고맙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정말로 그렇다.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박이영은 토마스 부부를 ‘독일인 부모’라고 부른다. “제가 평생 살면서 은혜를 갚아야 할 분들입니다.” 독일에서 가족이자 리더를 만났다. 2017년 5월 10일 독일 2부 리그 소속팀 FC 장크트 파울리 1군 소속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토마스 부부가 박이영에게  사랑이 현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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