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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Feb 29. 2024

43. 옥을 품고 돌처럼 소박하다

도덕경 제39장

지난날에 하나를 얻은 것들.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으며,

땅은 하나를 얻어 평안하고,

신은 하나를 얻어 영험하며,

골짜기는 하나를 얻어 차고,

만물은 하나를 얻어서 살며,

제후와 왕은 하나를 얻어서,

온 세상에서 으뜸이 되었다.

하늘이든 땅이든 무엇이든지

하나를 얻음 매한가지다.


하늘이 맑을 근거가 없으면 아마 무너질 것이고,

땅은 평안한 근거가 없으면 아마 솟구칠 것이며,

신은 영험한 근거가 없으면 아마 없어질 것이고,

골짜기는 차는 근거가 없으면 아마 마를 것이며,

만물이 사는 근거가 없으면 아마 소멸할 것이고,

후왕은 고귀한 근거 없으면 아마 고꾸라질 거다.


하나는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껴안아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귀함은 천함을 근본으로 삼고,

높음은 낮음을 기초로 삼는다.


이 때문에 후왕은 자기를 이르기를

외롭고, 부덕하고, 하찮다라고 한다.

이게 천함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래서

손꼽히는 명예에 이르면 명예가 없고,

옥처럼 귀하려 않고 돌처럼 소박하다.


昔之得一者.

석지득일자.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천득일이청, 지득일이녕, 신득일이령, 곡득일이영,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其致之一也.

만물득일이생, 후왕득일이위천하정. 기치지일야.

天無以淸, 將恐裂, 地無以寧, 將恐發,

천무이청, 장공렬, 지무이녕, 장공발,

神無以靈, 將恐歇, 谷無以盈, 將恐竭,

신무이령, 장공헐, 곡무이영, 장공갈,

萬物無以生, 將恐滅, 侯王無以貴高, 將恐蹶.

만물무이생, 장공멸, 후왕무이귀고, 장공궐.

故貴以賤爲本, 高以下爲基,

고귀이천위본, 고이하위기,

是以後王自謂孤寡不穀. 此非以賤爲本邪, 非乎?

시이후왕자위고과불곡. 차비이천위본사, 비호?

故致數輿無輿, 不欲琭琭如玉, 珞珞如石.

고치수예무예, 불욕록록여옥, 락락여석.


도는 천지만물에 스며들어가고 천지만물이 도를 따른다. 사람들은 천지만물의 근본인 도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도는 없음의 특성이 있어 천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물의 근거이자 근본인 도는 소중한 존재며, 도가 없으면 하늘, 땅, 정신, 물, 만물은 존재하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후왕의 존재 근거는 천하고, 외롭고, 모자란 백성들이다. 천지에서 배우는 위대한 리더는 존재 근거인 천함과 낮음을 통치철학으로 삼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명예가 없으나 이미 지극한 경지의 명예에 도달했다. 이미 옥처럼 귀하기에 옥처럼 귀하려 하지 않고 돌처럼 소박하다.


'도는 만물의 근원이다.'

도는 만물의 씨앗이다. 천지 만물은 도라는 씨앗에서 탄생한다. 보통 존재감 없는 존재가 존재의 바탕이다. 만물은 존재감 없는 도가 낳았다.


'만물의 근원인 도가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물의 씨앗인 도가 없으면 하늘, 땅, 신, 골짜기와 만물은 제대로 존재하지 못한다. 아마 도가 없으면 우주의 본질적 기운은 없어진다. 태양이 폭발하여 태양계가 흩어지는 것처럼 하늘이 무너지고,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꺼질 것이다. 골짜기에 흐르던 물은 말라 버리며, 물을 먹고 사는 만물은 소멸할 것이다. 후왕도 낮춤의 도가 없어 백성을 무시하는 경우 그 자리를 오래 보전하지 못한다.


'리더 통치철학의 기본은 천함과 낮음이다.'

인간은 천하지도 귀하지도 않은 존재고, 낮지도 높지도 않은 존재다. 평등하다. 후왕이 아무리 높고, 귀하고, 훌륭하더라도 존재 근거는 백성이다. 원래 고과불곡(孤寡不穀)은 부모ㆍ짝ㆍ자식이 없는 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후왕은 과인 등으로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고 낮춘다. 후왕이 나라의 근본인 백성보다 스스로 높고 귀하다고 생각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백성을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백성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 후왕은 백성의 지지를 잃어 자리를 온전히 보전할 수 없다.


'돌처럼 소박하다.'

이미 도라는 옥을 품고 있으니 돌처럼 소박함으로 감싼다.  만물의 근원이고 무한히 작용하는 도는 드러내지 않아 늘 소박하게 우리 곁에 있으므로 우리는 그 소중함을 못 느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명예가 없으나 지극한 명예에 이른 상태다.


명예, 돈, 권력이나 지식이 많은 사람도 그런 꾸밈을 벗겨내면 본질은 같다. 오히려 명예, 돈, 권력과 지식이 많은 사람은 그런 것이 없는 사람들의 희생 속에 서 있으므로 초라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훌륭한 리더라면 돌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소박하게 백성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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