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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03. 2024

46. 부드러움으로 단단함을 감싸고 내보이지 않는다

도덕경 제36장

세상의 이치는 반전하며 움직이니

움츠리고 싶으면 도리어 꼭 펼치고,

약해지고 싶으면 도리어 꼭 강하며,

쇠해지고 싶으면 도리어 꼭 흥하고,

빼앗고 싶으 도리어 꼭 베푼다.

이를 희미하게 밝음이라고 한다.


유하고 약함이 단단하고 강함을 이긴다.

하나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껴안듯이

물고기는 연못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며,

나라의 병기는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將欲歙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强之,

장욕흡지, 필고장지, 장욕약지, 필고강지,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장욕폐지, 필고흥지, 장욕탈지, 필고여지.

是謂微明.

이위미명.

柔弱勝剛强.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不可以示人.

유약승강강. 어불가탈어연, 국지이기불가이시인.


노자 36장을 권모술수로 해석하는 글이 많다. 잠시 펼치게 해 취하고, 잠시 강하게 해 약해지면 틈을 타 공격하며, 잠시 흥하게 해 쇠락하면 취하고, 잠시 미끼를 주어 더 큰 것을 뺏는다는 해석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노자가 지금까지 말한 도를 깨닫고 덕을 베푼다는 말과 어긋난다. 또한 뒷 문장에 방심하면 공격하라는 문장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문장은 안 나오고 미명(微明), 물고기나 병기라는 단어가 나오며 이런 단어와 연결이 안 된다. 권모술수로 해석하는 대표 사례가 한비자다. 한비자가 해로(노자 해석), 유로(노자글 역사적 사례에 비유)에서 이런 식으로 해석했다.


다르게 해석한다. (固)를 '잠시, 일단, 먼저'가 아니라 '도리어, 거꾸로, 반대로'의 의미로 해석한다. 노자는 의도한 것과 거꾸로 하라고 주장한다. 문장을 뒤집어 본다. 펼치면 움츠러들고, 강하면 약해지며, 번성하면 쇠퇴하고, 다 주면 빼앗는다.


즉 움츠리기 싫으면 활짝 펴지 말고, 약해지기 싫으면 너무 강하게 하지 말며, 쇠퇴하기 싫으면 너무 번성하지 말고, 빼앗고 싶지 않으면 자기 간과 쓸게 다 주지 않는다라고 해석한다. 활짝 펴거나 강하게 하지 않는 방법인데 결국 저절로 활짝 펴고 강한 방식이 되고 말아 노자는 희미하게 밝음(微明)이라고 말한다.


자연계의 사물은 이중성을 가지며 모순 속에 변화, 발전하는 변증법적 규칙이 있다. 도는 가리는 게 없다. 밉다고 그것에만 적용되지 않는 게 없다. 흥하면 쇠하고 강하면 약해진다.


노자는 강하지만 유약하게 대하라고 주장한다. 나뭇잎 다 떨어뜨리고 뿌리를 온전히 보존함, 빛을 가려 은은하게 비추는 미명, 물속에 사는 물고기, 병기를 감추고 내보이지 않음, 옥을 품고 삼베옷을 입는 방식이다. 노자가 낮추고 유약하라는 말은 자존감을 버리라는 이 아니다. 속으로 도를 품어 밝더라도 밖으로는 남을 존중하 유약한 방식으로 대하라는 의미다.


펼침, 강함, 흥함, 다 줌양의 성질이다. 반면 움츠림, 약함, 쇠함과 앗아 저장은 음의 성질이다.


부드럽고 약함은 힘이 없어 보여도 단단하고 강함을 결국 극복하고 저절로 이루어준다. 단단하고 강한 것을 지니고 있으면 거꾸로 유하고 약하게 한다. 유하고 약함이 단단하고 강함을 이긴다. 물로 쇠를 자르고, 물이 쇠를 녹슬게 한다. 강:강으로 싸우면 깨지거나 부러진다.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으며 이기더라도 피해가 다. 강함을 강하게 표현하면 남들은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마찰이 생기고,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 피해, 시기와 미움을 낳으며, 그런 것들결국 자신을 해친다.


부드럽고 약한 음을 등에 지고 단단하고 강한 양을 껴안아 조화를 이룬다. 단단한 물고기는 부드러운 연못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연못을 벗어난 물고기는 죽고 만다.


약함을 벗어난 강함과 사랑의 품을 이탈한 폭력은 재앙이다. 전쟁이 나 많은 사람이 죽는다. 강함을 부드러움으로 감싼. 강한 병기를 품고 남에게 내보이지 않는다.



적을 대하는 방식


사람들은 이기적 행동을 하며, 대승불교의 보살은 자리이타적 행동을 한다. 보살은 도의 특성처럼 만물에게 이타적 행동을 한다. 보살은 어미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미워하는 것까지도 가여워한다. 기독교의 아가페적 사랑이다. 사랑이 대상과 조건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


대할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과 같다. ① 복수심을 품고 힘으로 싸워 망하게 한다. ② 복수심품고 있으나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잠시 잘되게 해 준다. ③ 복수심을 버리고 오히려 잘되게 해 준다. 


적을 대할 때 ③의 방법으로 해석해야 도덕경의 다른 장과의 일관성이 있다. 만물을 이롭게 하고 해치지 않는 도의 특성과 어울린다. ③과 같이 행동하면 빼앗는지 주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래서 불분명하게 밝음이라는 뜻에서 미명(微明)이라는 표현과 어울린다.


각각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복수심을 품고 힘으로 싸워 망하게 한.

범죄도시 3의 마동석처럼 상대를 응징하는 방법이다. 통쾌해 보이나 실리가 없고 폭력을 사용한다. 철저히 응징하여 이기더라도 빼앗는 것보다 전쟁비용이 더 많이 든다. 언젠가 반격당하며 폭력이 반복된다. 항상 상대의 반격에 긴장하고 방어하는데 돈을 써야 하므로 견제비용이 든다. 군비 경쟁하고 대립에 피곤하다. 열강들이 한 국가를 약화시키는 전술로 분단시킨 후 긴장을 조성하고 대립하게 한다. 복수심이 마음에 맺혀 자기 건강에도 안 좋다.


복수심을 품고 있으나 때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잠시 잘되게 해 준다.

병법서에서 전술로 이용하는 키워 먹는 술수 또는 유인책이다. 적을 없애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숨기고 때를 기다린다. 단기전략에 불과하고 자기 마음 건강에 안 좋다. 복수심적이 알아차리면 원한이 쌓인다. ②의 경우 ‘잠시 꼭 잘되게 하고 또는 통제가능한 범위 내에서 꼭 잘되게 하고 방심하거나 약해진 틈을 타 무찌르고 빼앗는다.'라고 번역한다.


복수심을 버리고, 오히려 잘되게 해 준다.

적을 하게 하고 싶은 마음 자체를 버리고 선한 마음을 갖는다. 도는 만물에게 이롭고, 선한 자에게 선하게 대하고, 악한 자에게도 선하게 대한다(49장). 또한 도는 원망을 덕으로 보답한다(63장). 상대도 잘돼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자발적으로 화해하는 방법이다. 본성에 맞고, 실리를 취할 수 있다. 북한의 경제 성장을 돕고 활발히 교류하여 서로 이익을 보고 적대감을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결국 존중과 아낌이 대립과 미움을 이긴다.


이런 정책을 주장할 때 너무 이상적이라고 대중과 언론에게 온갖 공격, 악담과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적과 힘으로 안 싸운다고 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주저한다평을 들을 수 있다. 금세 잊히고 발길에 차이고 표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한 일을 하고 사랑한다. 아끼는 마음으로 토론을 통해 갈등과 충돌을 해결해야 소통이 되고 인간관계가 틀어지지 않는다. 대립해야 좋은  없다. 강대국에게 이용당하고 실익은 없으며 분단을 영구히 고착화시킨다. 상대와 이념 대결해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뜻한 마음으로 평화와 화해의 작은 걸음을 내딛는 것이 훨씬 실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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