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들깨를 키우기 시작했다. 애들 신경 쓰는 게 피곤하여 취미를 가졌다. 5월에 파종했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흩뿌려 놓았다. 들깨 씨가 너무 많아 웃자라 다 뽑아냈다. 일정한 간격으로 골 내고 한두 개씩 파종했다. 줄기 하단에서도 뿌리가 나기에 흙 북돋아주었다. 들깨가 잘 자랐다. 새싹이 나고, 여린 줄기가 자랐다. 흙이 건조할 때마다 물을 주었다.
씩씩하게 자라다오! 들깨
꿈과 목표가 없는 경우 삶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행복한 때가 늘어난다.’ 들깨 키우는 것은 들기름을 짜기 위해서가 아니다. 들깨에 요구하는 특별한 목표가 없다. 들깨 키우는 순간순간의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일상의 행복이다. 나오는 새순, 굵어지는 줄기, 자라는 이파리에 행복했다. 아침 햇살에 부딪히는 들깨를 보고 즐거워했다. 들기름 짜는 목표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루하루나 일 자체가 고역이고, 잎을 딸 때만 행복했을 것이다.
꿈이나 목표를 이루고도 불만인 사람이 많다. 좋은 대학 들어가는 목표로 설정했다. 대학을 목표로 참고 열심히 공부했다. 대입에 합격하여 행복했다. 대학 생활을 할 때 행복이 지속될 줄 알았는데 그곳에는 행복이 없었다. 고통을 참기 위한 수단으로 목표를 이용하는데 불과하다. 계속 힘들다가 반짝 행복하고 다시 허무해지는 목표는 내 행복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목표를 이루면 더 큰 목표를 세워 자신을 괴롭힌다. 언제 행복해지겠는가?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의 소소함을 포기하는 꿈에는 행복이 없다.
‘성실히 산다.’ 별다른 목표가 없으므로 지금 여기 주어진 일이나 선택한 일이 소중해지고 집중하게 된다. 자연의 흐름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자연이 이끄는 길에 자신을 내맡기고 긴 거리를 걸어간다.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걸어간다. 성실히 걸어간다고 아무 길이나 가는 게 아니다. 순간순간을 성실히 걸어가다 ‘아! 이 길 좋아! 나하고 맞아.’라고 느끼는 경우 길을 바꾼다. 고정된 꿈에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삶에 꿈을 맞춘다. 미래 성과보다 주어진 현재 일에 관심을 둔다. 꿈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에 타인의 견제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변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성실히 노력하다 보니 성공이 빨라지고, 잘돼서 행복하고, 잘 안 돼도 매일 소소한 일을 즐기므로 행복하다.
아무 생각이 없거나 대충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방향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잘 가고 있는지 회의가 들거나 불신이 생길 수 있다. 회의가 들 때는 인터넷이나 알 만한 사람에게 물어본다. 불신이 생기면 딴 길을 알아본다. 과정지향적인 사람에게는 방향이 중요하므로 변화가 있는 경우 민감하게 집중한다.
‘순간이 모인 삶 전체를 통으로 사랑한다.’ 들깨를 새순 나고, 성장하며, 꽃이 피고, 그 후 30일쯤 잎사귀와 줄기가 노랗게 변하며, 아쉬움을 가지고 뽑아낼 때까지 순간순간을 통으로 사랑한다. 떡잎, 잎과 줄기를 다 아낀다. 심지어 병충해 입은 들깨까지도 사랑한다. 귀찮은 물 주기, 화분 갈이도 싫지 않다. 들깨에 정성을 다하고, 성실하게 돌본다. 꽃이 피지 않아도, 들깨를 적게 수확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삶은 일상의 순간순간이 누적된 것이다. 과정지향적인 사람이 일상의 소소함, 심심함 등에서 행복을 느낀다. 힘 빼고 물살의 흐름대로 헤엄치는 사람처럼 에너지 소모가 적고 자연의 흐름대로 세상을 헤쳐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