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 목표: 없음 1

by 누룽지조아

애가 이런 질문을 했다. “꿈과 목표가 없어. 무기력하고 공부하기 싫어.” 아빠가 말했다. “사실 아빠도 꿈이 없는 남자야. 심지어 꿈도 꾸지 않아. 그러나 푹 자고 즐겁게 살아.” 애가 말했다. “엥.”


꿈과 목표는 어감이 약간 다르나 같은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내 꿈은 가수야!”라고도 “내 목표는 가수야!”라고도 말한다. 이후 글에서는 둘 사이의 어감 차이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쓴다.


경영학의 목표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꿈과 목표가 없는 사람은 성취할 수 없다. 큰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 고 말한다. 목표론에서는 다음 단어를 강조한다. 굳은 각오와 결단,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로 세분화, 자신을 통제, 같은 목표의 사람과 무리 지어 목표에 매진,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 목표를 마음속으로 그리기, 몰두.


점심에 중국집에 갔다. 짜장면을 먹겠다는 목표가 있는 작은애는 짜장면이 떨어졌다는 소리에 실망했다. 목표가 없는 큰애는 짬뽕이나 볶음밥이 있어 실망하지 않았다. 아무거나 선택하고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맛있게 먹는데 목표 유무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큰애는 짜장면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꼭 선택하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꿈이 없어서 어떤 꿈도 가질 수 있다.’ 꿈은 꼭 가져야 할 이유도 없고, 안 가져야 할 이유도 없다. 꿈 유무로 좋고 나쁨을 따질 일도 아니다. 정한 바가 없으니 구속되는 것도 없다. 꿈이 없는 사람은 자기를 고정된 것에 가두지 않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무한한 꿈을 품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정된 꿈이 없으므로 주어진 일이나 선택한 일을 성실히 한다. 하다 보니 좋아하게 되어 꿈이 되기도 한다. 자연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긴다. 자기도 자신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그 삶이 좋다. 어쩌면 꿈과 목표에 기대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해탈을 추구하는 도인인지 모르겠다.


‘꿈과 목표가 없어서 지금 여기에 행복할 수 있다.’ 작은애가 점심을 맛있게 먹는데 짜장면이라는 목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큰애는 짜장면이라는 목표가 없어 아무거나 선택해도 실망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미래에 달성하고 싶은 꿈이 없으므로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삶은 일상들의 누적이다. 일상은 주로 소소함, 소박함, 심심함, 무탈함으로 구성되며, 자극적인 것은 비중이 낮다. 소소함, 소박함, 심심함, 무탈함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금 여기의 일상 속에 행복이 있다.


‘꿈과 목표가 없는 게 당연할 수 있다.’ 돈은 남이 준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돈을 많이 주지 않아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 꿈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살고 싶은 집,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것 먹을 수 없다. 반면, 남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경우 내가 남의 수요에 맞춰야 하므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꿈으로 선택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일도, 남이 좋아하는 일도 꿈으로 선택할 수 없으므로 꿈이 없다.


꿈이나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신이 창조한 세상은 이미 완벽하므로 다른 위대한 꿈이라는 게 없으며, 살면서 겪는 순간순간 자체가 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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