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덕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Mar 16. 2024

59. 말을 짧고 적게 하며 자율에 맡긴다

도덕경 제23장

말 줄이고 저절로 그리됨에 맡긴다.


회오리 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세찬 비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

무엇이 이리 하는가? 도가 그리한다.

하늘과 땅조차도 오래할 수 없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있어서 어떠하리!


따라서

할 게 아니라 도와 덕을 닦는다.

도에 마음과 정성을 다하는 경우

도를 닦는 사람은 도와 동화하고,

덕을 쌓는 사람은 덕과 동화하며,

덕을 놓아주면 무상과 동화한다.


자신이 도와 동화하면 도 또한 기꺼이 따르고,

자신이 덕과 동화하면 덕 또한 기꺼이 따르며,

자신이 무상과 동화하면 무상도 기꺼이 따른다.


말로 지시하고 자율에 맡기지 않기에

왕의 백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도다!

백성의 자율성을 믿지 아니하는구나!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희언자연. 고표풍불종조, 취우불종일.

孰爲此者? 天地不能久, 而況於人乎!

숙위차자? 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

故從事於道者, 道者同於道, 德者同於德, 失者同於失.

고종사어도자, 도자동어도, 덕자동어덕, 실자동어실.

同於道者, 道亦樂得之, 同於德者, 德亦樂得之,

동어도자, 도역락득지, 동어덕자, 덕역락득지,

同於失者, 失亦樂得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동어실자, 실역락득지. 신부족언, 유불신언.


이번 장에서 리더는 말을 줄이고 그 시간에 수양하며, 백성의 자율성에 맡기라고 강조한다. 전체 흐름은 이렇다. 말속에 폭력이 들어 있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그림자다. 명령하거나 상대가 오해할 수 있는 말을 적고 짧게 한다. 자연도 말을 적게 하고 오래하지 않는다. 잔소리를 늘어놓아 명령하기보다 그 시간에 도를 닦고 덕을 베푸는데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 은은하게 영향력이 발휘되며 명령을 하지 않고 놔둬도 구성원은 자발적으로 다. 또한 리더가 도을 닦고 덕을 베푸는 경우 구성원이 싫어하지 않으며 자발적으로 따른다.


리더는 덕과 동화하는 체험을 하고 도의 길을 따라간다. 도와 덕이 늘  리더와 함께한다. 사실은 리더도와 덕을 길을 따라가는데 마치 도와 덕이 나를 지켜주는 것으로 느껴진다. 말을 적고 짧게 하며, 많이 듣는다. 폭력을 담고 있는 명령조의 말이 줄어들어 자발성에 맡기고, 꾸민 말을 적게 해 진심을 전달한다.


'말을 적고 짧게 한다.'

도는 명령하는 말을 하지 않고 만물의 자발성에 맡겨도 세상을 잘 운영한다. 고요함을 깨는 회오리 바람이나 세찬 비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리더도 구성원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지 않고 할 말만 부드럽게 한다. 리더가 강압적 명령으로 다스리는 부자연스럽고, 길게 보면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대로 당한다. 말을 세게 들은 자녀는 부모가 늙어 거동이 불편할 때 부모를 도와주면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센 말을 부모에게 한다. 부모는 서운해 운다. 누굴 탓하겠는가? 서러움을 감수하고 자식의 마음은 말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


'자발성에 맡긴다(, 자율, 자유).'

도는 세상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자발성에 맡긴다. 리더도 명령할 게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성에 맡긴다.


말로 명령할 시간에 정성을 다해 도를 닦고 행한다. 도를 닦으면 도와 동화되고, 덕을 쌓으면 덕과 동화되며, 덕을 놓아주면 무상에 동화된다. 무상(無相)에 동화되다는 의미는 덕을 가려 베풀지 않고, 덕을 베푼 후에 덕을 베풀었다는 형상이 없는 것을 말한다. 도, 덕, 무상에 동화된 리더는 마음이 흘러가는 데로 말하고 행동해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


실자동어실(失者同於失)을 무슨 뜻인지 고민이다. 되도록 노자의 말을 참고하여 해석다. 38장에서 낮은 덕은 덕을 놓아주지 않으니 덕이 없다(下德不失德, 是以無德)고 했다.  失뒤에 德이 생략된 것으로 보아 '덕을 놓아준다.'로 번역했다. 또한 同於失은 덕을 놓아주어 덕을 베풀었다는 생각조차 없는 무상(無相)에 동화한다로 해석했다.


말을 적게 하고 백성의 자율성에 맡기는 왕은 백성을 믿는다. 말로 지시하는 왕은 백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백성을 자율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58. 자기 과신이나 자기 과시를 하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