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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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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20. 2024

63. 소박하고 사욕을 줄인다

도덕경 제19장

고결함과 지혜를 끊어 버리고,

자기를 천하게 여기며

눈과 귀를 살짝 가리면

백성은 백 곱절 정도나 이롭다.

 

인과 의를 끊어 버리고,

따지거나 차별하지 아니하면

백성은 자애와 효를 회복한다.

 

기교와 이익을 끊어 버리고,

바탕과 공익을 중요시하면

도적들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 셋을 법도 삼기 부족해

뒤따르는 문장이 있다.

소박함을 알고 품으며,

사욕을 아주 적게 한다.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절성기지, 민리백배. 절인기의, 민복효자.

絶巧棄利, 盜賊無有. 此三者, 以爲文不足,

절교기리, 도적무유. 차삼자, 이위문불족,

故令有所屬, 見素抱樸, 少私寡欲.

고령유소속, 견소포박, 소사과욕.

 

노자는 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결함, 지혜, 인, 의, 기교(솜씨), 사익을 끊어 버리라고 강조하는 걸까? 노자는 큰 것을 이루려면 작은 일부터 성심으로 하고, 영광을 얻으려면 치욕을 감수하라고 한다. 좋은 것은 직접 추구하지 않고 남들이 싫어하는 일을 함으로써 저절로 이루는 방법을 추구한다.

 

즉 고결함, 지혜, 인, 의, 기교(솜씨), 사익끊고 함, 어리석음, 불인, 불의, 바탕, 공익 가치를 차별하지 않 기초로 삼아 저절로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노자가 이렇게 말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소박해 만물을 다스리는데 인의예지, 기교와 이익이 없어도 잘 다스린다. 충격적인 사실이다. 아무것이 없어도 잘 다스린다. 잘 다스리는 이유는 강력한 도덕 이성 때문이 아니었다. 소박한 본성을 도덕 이성으로 꾸밀수록 본바탕과 멀어진다.

 

노자는 왕에게 소박하고 사욕을 줄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먼저 인의예지, 기교와 이익을 끊어 버리라고 한다.

 

‘왕이 고결함과 지혜를 끊어 버리면 백성은 백 곱절 정도나 이롭다.’

왕이 고결함과 함, 지혜와 어리석음, 이런 것을 따지거나 분별하는데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천함(28장, 39장)과 어리석음(28장, 65장)을 기초로 삼는다. 백성을 대할 때 낮추고 눈과 귀를 살짝 가려 백성을 차별하지 않으며 백성들이 편하게 살고 풍속을 즐기도록 하는데(80장) 관심을 둔다.


왕이 지혜로 다스리는 경우 편이 나뉘고 대립한다.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벌을 내리고 단점을 차갑게 비판한다. 반면 눈과 귀를 살짝 가려 무지한 왕은 편을 나누지 않고 진심으로 포용하므로 백성들에게 백배 이롭다.

 

‘인과 의를 끊어 버리면 백성은 자애와 효를 회복한다.’

부모가 자식 대할 때 불인한 자식, 불의한 자식 이런 것 안 따지고 사랑한다. 그런 것 따지다가 자식의 가슴에 한이 되어 부모를 원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동물 세계에서 인과 의를 따지지 않아도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사랑한다. 무의식적이며 이유 없는 행동이지 인과 의가 필요조건이 아니다.

 

‘기교와 이익을 끊어 버리면 도적들은 생겨나지 않는다.’

왕이 과시욕이 있어 기교를 부리거나 본질을 가린다. 노자가 어눌함을 예찬하고, 참된 말은 꾸미지 아니하며, 꾸민 말은 참되지 아니하다(81장)고 한 이유다. 


사익을 챙기면 신하나 백성들은 더 똘똘하게 되고, 같이 해 먹고 편승한다. 반면 왕이 소탈하고 공평함(公)을 중시하면 신하나 백성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므로 도둑이 사라진다. 왕이 자기 것만 챙기지 않는 모습은 햇빛이 만물에게 이익인지 손해인지 안 따지고 비추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소박함을 알고 품으며, 사욕을 아주 적게 한다.’

소박함은 꾸미지 않아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게 오래간다. 소박하면 눈에 띄지 않아 무언가로 자꾸 꾸미고 싶어진다. 윤리 이성이라는 장식품으로 치장하고 기교를 부린다. 그것들을 벗겨내야 소박한 본바탕이 드러난다.

 

왕은 귀한 존재로 보이기 위해 의복, 자리, 그릇, 옥대 등으로 치장한다. 전통이라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마음만은 꾸미지 않는다. 왕은 귀한 존재도, 못난 존재도 아니다. 왕이 백성을 대할 때 낮추고 윤리 이성이나 기교를 앞세우지 않고 진심과 바탕을 소중히 여긴다. 소박한 마음으로 백성들의 삶아낀다.

 

하늘과 땅이 혼자 살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7장) 리더는 사욕을 줄인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상태다. 사욕으로 가득 차 나만 좋은 행동을 하면 남은 싫어하고 가버린다. 백성이 이익을 빼앗기면 다른 곳에서 훔쳐 보충한다.

 

윤리 이성과 기교를 끊어 버리고 소박한 본성을 품으며, 사욕을 줄여 공익을 추구하고 대도를 굳건히 한다. 저절로 본성으로 돌아가 자연의 이치에 순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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