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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27. 2024

70. 외부 존재에 대한 생각∙감정∙의욕에 안 집착한다

도덕경 제12장

외부 존재를 의식하고,

집착하면 끌려 다니며,

내면에 집중하지 못한다.


외부 존재에 대해

분별하는 생각과

좋고 싫은 감정에

매달리고 집착해,

오색에 눈이 멀고,

오음에 귀가 멀며,

오미에 입이 상한다.


말 타고 사냥하는 것처럼 외부 존재를

쫓는 강한 의지는 마음을 발광시킨다.


얻기 힘든 재물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

또는 욕망에 매달리면 행동에 방해가 된다.


이 때문에 성인은 외부 존재에 대한

고정된 의식 집착하지 않는다.

이를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

고 한다.

그래서 눈을 버리고 배를 취한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오색령인목맹, 오음령인이롱, 오미령인구상.

馳騁畋獵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치빙전엽영인심발광, 난득지화령인행방.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시이성인위복불위목, 고거피취차.


노자는 이번 장에서 눈과 배를 강조했다. 이 단어들의 해석에 따라 이번 장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눈, 귀, 입, 사냥, 얻기 힘든 재물을 비판하고, 배를 예찬했다.


12장은 외부 존재에 대한 집착, 다음 장인 13장은 자기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외부 존재를 의식(생각, 감정, 의욕 작용)하는 눈 등을 버리고 의식하지 않는 배를 취한다. 의식 작용은 생각, 감정, 의욕(의지와 욕구)을 통칭하는 말이다. 눈, 귀와 입은 생각과 감정을, 사냥은 의지를, 얻기 힘든 재물은 의도적인 욕구를 상징한다. 또한 배는 의식하지 않음을 상징한다.


외부 존재에 어떤 속성이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 감정, 의욕이 있어 자기식으로 느낀다. 외부 존재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는 이유는 자기 생각, 감정, 의욕에 집착하는 경우 외부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해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도, 순응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의식적임과 의식적이지 않음'

눈 등은 신경계를 통해 의식 작용(생각, 감정, 의욕)을 하는 기관이다. 눈 등은 외부 존재를 보고 듣거나 맛을 볼 수 있다. 외부 존재를 의식해 끌려 다니고, 내면이 흔들린다. 외부 존재에 집착해 도의 특성과 반대다. 눈, 귀, 입 등 감각기관은 외부 존재에 대해 분별하는 생각과 좋고 싫은 감정을 일으킨다. 외부 존재를 얻으려고 의도적인 의욕을 부추긴다. 넘치고 무너질 때까지 끊임없이 욕망하며 그칠 줄 모른다.


배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무의식이 작동하는 기관이다. 눈, 귀와 입이 안 달려 있어 외부 존재를 보고 듣거나 맛을 볼 수 없다. 배는 외부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내면에 집중한다. 외부 존재에 집착하지 않아 도에 맞고 도를 닮았다. 외부 존재에 대해 분별하는 생각과 좋고 싫은 감정이 없어 무지하다. 큰 목표나 기대 등이 없어 외부 존재를 의도적으로 얻으려는 의욕이 없다. 배고픔과 배부름이라는 자연 발생적인 의욕만 있고, 배부르면 그치고 만족할 줄 안다.


‘의식적인 경우의 부작용’

외부 존재의 감각자극이 눈, 귀와 입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신경세포로 전달되며 의식 작용이 일어난다. 외부 존재의 감각자극으로 얻은 감각적 쾌락에 빠지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외부 존재에 따라(외부 존재로부터 인정, 외부 존재의 취득 등) 내 마음이 흔들리고 내게 집중할 수 없다. 또한 쾌락이 만족되지 못하면 우울, 불안, 좌절 등에 빠지고, 쾌락이 만족되면 더 큰 쾌락을 찾는다.


노자는 외부 존재를 의식하고 집착하는 부작용을 눈과 귀가 멀며, 입을 손상시키고, 마음이 발광하며 행동을 방해한다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눈, 귀와 입은 생각과 감정을, 사냥은 외부 존재를 좇는 의지를, 얻기 힘든 재물은 외부 존재에 대한 목표 같은 의도적 욕구를 상징한다.


사냥에 빠져 생명을 해치고 피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 마음이 발광한다. 노자가 보배라고 한 자비심을 잃는다. 말 타고 사냥하여 마음이 발광한다고 표현했다.


또한 높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집착하는 경우 양심 있는 행동을 버리고 주변을 자기 목표 달성에 이용한다. 심하면 사기 치고, 도둑질한다. 높은 목표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자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노자는 얻기 힘든 재물은 행동을 방해한다고 표현했다.


외부 존재에 집착하면 실제 그런 현상이 발생한다. 원색 찬란한 동영상 보다가 눈이 나빠지고, 귀에 이어폰 끼고 디지털 음악 듣다가 귀가 먼다. 단 것 좋아해 입맛 버리고 이는 다 썩어 버린다. 또한, 사냥에 빠져 피를 보는 것 좋아하는 경우 마음이 미쳐 날뛰고 자비심을 잃는다. 얻기 어려운 돈을 좋아하다가 양심 팔아먹고 떳떳하지 못하게 살거나 과로해 건강을 해친다.


‘의식적인 행위를 버리고 의식하지 않는 행위를 취한다.’

눈을 버리고 배를 취한다고 표현했다. 눈 등의 감각기관을 방치하면 도와 멀어진다. 분별하는 생각과 좋고 싫은 감정에 집착하고, 의도적인 의욕이 있다. 수양할 때 구멍을 막고 문을 닫으며(56장), 밝은 지혜를 사용하지 않고 가리며 진심으로 대하는(52장, 56장, 65장) 이유다.


배는 도에 맞다. 눈, 귀, 입이 안 달려있어 안 가려도 이미 잘 가린 상태다. 어떤 음식인지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이고 잘게 부순다. 분별하지 않아 무지하다. 분별하는 생각과 좋고 싫은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의도적인 의욕이 없다.


배를 도에 맞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혼성의 특성이 있다. 이 음식 저 음식 따지지 않고 잘게 부수어 섞는다. ② 근원이다. 생명체가 자라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근원이다. ③ 색깔, 냄새, 소리와 모양이 없다. 감각기관이 없어 보거나 냄새 맡거나 들을 수 없다. 고요하다. ④ 순환한다. 위장에서 소화한 영양소는 피실려 온 세포를 순환하면서 운반된다. ⑤ 무한 작용을 하며 무해하다. 영양소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세포에 해롭지 않다. ⑥ 스스로 그리함(自然)의 특성이 있다. 자율신경계가 작동하여 스스로 움직인다. 따로 배우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만족하고 그만 먹어야 할 때를 안다. ⑦ 다투지 않는다. 배는 자의식이 없어 음식을 차별하지 않는다. ⑧ 정상 작동하면 고마움을 모른다. 소화가 안 되고, 변비, 식중독, 위염이나 가스가 차면 배가 아프고 배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도를 닮았다.


‘눈을 버리고 배를 취하는 성인’

성인은 도를 깨달아 따르는 사람으로 외부 존재에 대한 분별하는 생각과 애증의 집착, 의도적인 의욕을 내려놓았다. 자기 내면에 집중하고 만족하며, 무분별지, 비의도적 의욕을 취한다. 자신을 자연의 이치에 내맡기고 순응하며 의식하지 않아도 본성에 따라 산다.

 


의식과 무의식


의식은 외부 존재나 자아의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고 체성신경계가 작동하며 능동적이다. 도덕, 윤리, 문화, 자아의 관심에 따라 분별한다. 의식과 관련이 있는 눈과 귀, 입 등은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욕구한다. 더 좋은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야한 것, 더 자기에게 이로운 것을 찾는다. 고정관념이나 관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경험이나 관찰로 얻은 지식은 정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설탕물에 소금을 넣으면 더 달게 느껴진다. 관계에 따라 감각기관은 다르게 인식한다. 또한 의식이 작동하면 집중하므로 긴장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다.


무의식은 외부존재나 자아의 고정관념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율신경계가 작동하며 수동적이다. 자연의 이치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마음 상태다. 도덕, 윤리, 자의 관심에 따라 분별하지 않고 포용한다. 마치 도를 닮은 모습이다.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받는 소화계 등은 분별하지 않아 더 좋은 것, 더 아름다운 것 등을 모르고 배부름 등 만족하면 그친다. 의식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고 에너지 소비가 적다.


무의식은 통찰, 잠재력, 창의성과 동기 유발에 영향을 미친다. 소화작용, 체온조절 등 생명활동과 관련이 있다. 무의식에 정서 불안, 긴장과 스트레스가 쌓이면 정신병을 앓거나 자율신경계인 혈관계, 심장계, 위장계 등에 이상이 생긴다. 무의식은 이상이 생겨야 그 가치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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