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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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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Apr 02. 2024

76. 비어 있음은 오래가고 창조의 여신이다

도덕경 제6장

비어 있는

골짜기 여신은 죽지 않으며,

이를 현묘한 암컷이라 한다.


현묘한 암컷은 드나드는 문이며,

이것을 세상의 뿌리라고 말한다.


존재는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고,

작용해도 힘들이거나 열심히 안 한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곡신불사, 시위현빈.

玄牝之門, 是謂天地之根.

현빈지문, 시위천지지근.

綿綿若存, 用之不勤.

면면약존, 용지불근.


노자는 빈 것은 오래가고, 창조하는 힘이 있으며, 힘들이거나 열심히 안 한다고 한다.


'비어 있는 도는 불멸하는 창조의 여신이다.'

비어 있는 골짜기(15장) 아무것도 없는 듯한데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게 물이 찬다. 도는 골짜기처럼 비어 있는 것 같은데 도에서 만물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므로 묘하고 심원하다. 창조하는 힘이 있다. 만물을 낳는 여신 같다. 도는 비어 있으므로 죽음이란 없는 여신이다.


'비어 있는 도는 만물이 드나드는 문이고 뿌리와 같은 존재다.'

비어 있는 도라는 여신에서 만물이 나오고 죽으면 돌아간다. 만물이 들고나는 것이 마치 문 같다. 만물이 태어나 시작되는 근원이고 자라는데 꼭 필요해 세상의 뿌리 같다.


'비어 있는 도는 없는 듯 편하게 작용한다.'

비어 있는 도는 마치 누에고치 실처럼 끊어질 듯 가늘어(綿綿) 존재감이 없고 보이지 않아 없는 듯하나 작용하니 있는 듯하다(若存). 굳은 각오나 의지로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고 힘이 많이 들어간다. 부자연스러워 오래 하지 못한다. 반면 비어 있는 도는 굳은 각오나 의지가 없어도 무위로 우주를 잘 운영하므로 힘들이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다.

 


 

비움

노자는 우주의 이치에서 소우주인 인간과 국가를 다스리는 법을 찾아냈다. 도는 비어 있으나 우주를 잘 다스린다. 자신이나 국가를 다스릴 때 비움으로 다스릴 수 있음을 뜻한다. 힘 안 들이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오래가는 방법이다.


현대인들은 복잡한 생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회사 갔다 집으로 돌아오면 힘들어 퍼진다. 거기에 미움, 복수심, 후회, 두려움 등이 마음에 차 있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병으로 발전되기 딱 좋고, 부정적 생각에 빠져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세상을 잘 운영하는 도와 다른 삶이다. 어떻게 비울 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직접 비워 본성을 만나려고 했다. 잘되지 않았다. 노자는 도는 비존재로 보거나 듣거나 만질 수 없다고 했다.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관심은 온통 투명한 색을 얻는 방법에 쏠려 있었다. 비울 생각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고 별 기대하지 않는 방법을 써 보았다. ① 차별하지 않고 다 포용하기: 쪼개고 비교하는 순간 경쟁이 시작되므로 선악, 이해득실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② 기대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과도하거나 환경 흐름에 어긋난 기대, 목표, 욕심, 고집, 혈기 등을 내려놓는다.


대립하는 음과 양을 다 받아들이고 잘 뒤섞어 투명한 빛을 얻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양을 다 버리고 음으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차별하지 않고 다 포용하여 여러 색깔의 빛을 하나에 담고 섞는 방법이다.


어떻게 포용할까 고민해 보았다. 감정 변화가 심할 때, 화날 때, 근심과 걱정이 많을 때 “아무튼 괜찮다.”라고 속으로 외친다. 미움과 증오심이 쌓일 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또는 “나는?”이라고 중얼거린다. 고집을 부리고 싶을 때, 의지가 타오를 때, 목표 높게 세우고 매달릴 때,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싶을 때는 세상이 잘 안 보인다. “아무 생각 없고 내맡긴다.”라고 암송해 보니 좋은 것 같다.


소우주인 사람은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음은 의식(생각, 감정, 의욕)과 무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의식 작용에 해당하는 생각, 감정과 의욕을 비운다. 무수한 생각, 감정과 의욕을 다 오가도록 놔두고 별 기대하지 않고 바라본다.


도덕경에 비움에 대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의식을 비운 사람은 자의식에 집착하지 않아(無心) 나를 넘어선 우리 또는 전체를 품은 사람이다(無身, 外其身, 無私, 沒身, 無我, 公). 무심한 사람은 행동을 무위(無爲, 의식적으로 하지 않음), 말을 불언(不言, 말하지 않음)이나 희언(希言, 말을 거의 하지 않음)으로 다. 또한 외부 존재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내면에 집중하는 구멍과 문을 막는(塞其兌閉其門) 훈련을 한다. 눈을 위하지 않고(不為目, 눈은 의식 상징) 뱃속 든든함(實其腹, 배는 의식하지 않음을 상징)을 추구한다.


비운 사람은 지혜나 지식, 감정과 의욕의 집착에서 자유롭다. 분별의 날카로움을 꺾고(挫其銳), 지식이나 지혜에 집착하지 않는다(無知). 애증에 얽매여 어지러운 마음도 풀어 버린 상태다(解其紛). 의지를 잠재우고 자연스러움을 튼튼히 하며(强其骨), 욕심에 집착하지 않는다(無欲, 不貴難得之貨). 자기 한계를 넘으면 기울기 시작하므로 억지로 이루려 하지 않는다(無事). 매사 이미 이루어진 결과를 수용하고 그것에 만족한다(足).


악인데 벌을 줘야지 왜 받아들이는지, 악을 가까이하면 손해보지 않을까라고 불안해한다. 또한 기대하지 않거나 집착하지 않는 사람은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져 의욕이 없고, 어떤 것도 얻지 못할까 봐 근심이 태산이다. 사실 차별하고 기대를 많이 하는 경우의 문제가 크다. 힘이 잔뜩 들어가 자연스럽지 않다. 자기 생각과 다른 것을 많이 미워하고 좋아한 것에 집착한다. 나, 남과 세상을 포용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자기 이익만 생각하다 남들에게 그 심보를 들킨다. 고집을 세우다 환경의 흐름과 반대로 간다. 기대를 잔뜩 해서 무리수를 두며 마음대로 안 되면 실망이 크다. 일이 잘될 턱이 없다. 근심과 걱정이 늘어나 스트레스가 쌓이고 건강에 안 좋다.


비우기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안 되면 어쩌나?라는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꾸준히 수양한다. 보통 호흡하기, 앉아서 명상하기, 걸으면서 명상하기, 요가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눈을 깜박이며 걷기를 좋아한다. 팔다리를 전후로 움직이, 눈 깜박이며, 경구를 중얼거린다. 팔다리가 춤을 추고 세상이 생겼다가 없어진다. 경구는 몸에 배어 한 마디만 꺼내도 '기대하지 않고 현재의 나에 집중하며 나도 남도 존중하고 지금 여기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끝까지 나온다. 어떤 날에는 고민의 해결책이 무의식을 뚫고 의식으로 떠오른다.


비움으로 에너지 소모가 줄고,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이며,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나도, 남도, 세상도 긍정하며 마음이 안정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비우기는 창조의 여신이 맞는 것 같다. 불만이 사그라지고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매사 만족스럽다. 이미 지난 간 것이나 없어진 것에 미련을 두거나 변하는 것을 잡아 두려고 집착하는 마음도 없다. 곁에 멋지거나 특별한 것이 없어도 불평할 생각이 없다. 소소하고 평범하며 우리 곁에 있는 것이 그리도 고맙다. 많으면 많은 대로 좋고, 적으면 은 대로 좋다. 현재 맡은 일이 크든 적든 큰 불만이 없으니 즐겁게 성실히 한다.


현대사회의 인공지능과 검색엔진은 밤낮 쉬지 않고 지식을 쌓아가고,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여 자료를 분류하고 예측한다. 지식 등을 쌓는 방법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거꾸로 비울수록 경쟁력이 커진다. 과거에 알았던 것에 집착하지 않으니 잡생각이 없어 마음이 깨끗하고, 편안하다. 비운 사람은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아 없는 것 같은데 긴 기간 주변에 영향을 주며, 주변을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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