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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Apr 01. 2024

75. 사사로움 없이 공생하므로 오래간다

도덕경 제7장

세상은 매우 길고 오래되었다.

세상이 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공생하기에 장생할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두나 저절로 앞서고,

자신을 멀리하여 자신을 보존한다.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 아닐까?

이에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천장지구. 천지소이능장차구자,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이기불자생, 고능장생.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시이성인후기신이신선, 외기신이신존.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비이기무사야? 고능성기사.


세상은 공생하기에 오래 산다. 자기만 살려고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는 경우 너무 추워 얼어 죽고, 너무 더워 죽는다. 공기, 물, 흙이 오염되어 여러 병에 걸리고 건강이 안 좋아진다.


리더도 오래가려면 공생한다. 자신과 자신 주변만 배 터지게 많이 먹으면 탈 난다. 자신과 관계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만물에 공평하며 환경까지 다 나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잊은 경지다.


'공생해야 오래간다.'

전체와 나는 별개가 아니다. 전체 속에 내가 있고, 부분인 자아들의 모임이 전체다. 전체가 내게 영향을 미치고 내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적극적으로 나로 본다. 자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로 확장된다.


오래 사는 길은 자기만 살려고 하지 않는 데 있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 자기만 살려는 사람은 주변이 모두 경쟁자고, 주변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사익과 공익이 충돌할 때 나만을 위한 사익을 취해 봐야 결국 사익을 얻지 못한다. 서로에게 이익인 것을 선택하여 사익을 저절로 얻는 방법을 취한다.


'사사로움을 넘어선다.'

혼자만 잘살려고 애쓰면 결국 잘살지 못한다. 혼자만 많이 가져가면 소득 분배의 불평등이 심화되어 주변의 불평이 늘어난다. 사익을 앞세우면 손해 보는 다수의 반격을 받아 사익을 이룰 수 없다. 사익을 잊어야 저절로 사익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돕는다. 자신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익을 혼자서는 못 취하는 경우 무리 지어 패거리를 만든다. 지연, 학연, 혈연 등 사적 이해관계를 이용한다. 사익을 추구하는 패거리가 지배하는 조직은 경쟁력이 없다. 조직의 경쟁력보다 패거리가 권력을 독점하며 자기와 가까운 사람의 이익 챙기기에 바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익을 침해당한 다수와 화합할 수 없어 조직의 힘이 분산된다.


공생하기 위해 전체를 포용하고 공평하게 한다. 좌우청탁(左右淸濁), 선악(善惡)을 넘어서 전체를 포용하고, 원근친소(遠近親疎), 시비이해(是非利害)에 기울지 않아 사사로움이 없는 경지다. 사사로움을 넘어서 공생하는 게 내가 오래가고, 저절로 내 이익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외기신(外其身)을 자신을 멀리하다, 잊다로 번역했다. 하단의 무사(無私, 사사로움이 없음), 52장의 몰신(沒身, 자신을 잊음), 13장의 무신(無身, 자신이 없는 경지)과 같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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