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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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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룽지조아 Mar 31. 2024

74. 경쟁하지 않고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도덕경 제8장

최상의 선함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에 아주 이롭고

만물과 경쟁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이 싫어하는 데

머무르기에 도에 가깝다.


거처는 땅처럼 아주 낮고,

마음은 연못처럼 참 깊다.

함께함은 아주 인자하고,

말은 아주 신뢰성 있으며,

정사는 아주 잘 다스리고,

일에 능력이 참 뛰어나며,

움직임은 때를 잘 맞춘다.


그저 다투지 않을 뿐이기에

빈정거릴 만한 허물이 없다.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상선약수. 수선이만물이부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처중인지소오, 고기어도.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거선지, 심선연, 여선인, 언선신,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정선치, 사선능, 동선시.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부쟁, 고무우.


물은 도를 닮았다. 물은 대지를 적셔 생명의 싹을 틔우고 기른다. 생명체는 물 없으면 살 수 없다. 그러나 물은 머물지 않고 아래에 자리 잡는다. 남과 경쟁하지 않고 남을 이롭게 하며, 남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낮추고, 마음이 깊으며, 인자하고, 신뢰성 있고, 정치를 아주 잘하고, 일 처리에 능력이 있으며, 때를 잘 맞추어 움직인다.


'도는 물과 같다.'

도에 맞는 최고의 존재는 물이다. ① 만물과 경쟁하지 않고 이로우며 ② 낮은 곳에 머문다.


'물은 낮춘다(地).'

물은 높은 곳에서 내려와 평평한 땅에 머문다.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아래로 흐른다. 물은 존재감이 없다. 물은 색깔이 없어 투명하고 맛과 냄새가 없다. 물이 머문 자리에 자취도 남기지 않는다. 도의 낮춤에 대한 비유다.


'물은 심오하다(淵).'

물은 연못(淵)의 수심(水心)처럼 깊어 알 수 없다. 고정된 형상 없이 열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로 자유롭게 바꾸어 종잡을 수 없다. 기체처럼 자유롭고, 액체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며, 고체처럼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꾸준함이 있다. 도의 심오함에 대한 비유다.


'물은 인자하다(仁).'

물은 더러운 물과 합쳐지더라도(與) 깨끗하게 정화한다. 물은 더러움을 씻어 주고, 노폐물을 방출시키며, 물 만난 세상은 맑아진다. 도의 어질고 자애로움에 대한 비유다(仁).


'물은 신뢰성 있다(信).'

물소리는 맑고 깨끗하다. 꾸밈없어 참되어 신뢰성 있는 도의 이미지에 대한 비유다.


'물은 잘 다스린다(治).'

물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평하게 흘러간다.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잘 다스리는 도에 대한 비유다. 정(正)을 정사나 정치로 번역했다.


'물은 뛰어나다(能).'

물은 능력이 있어 뛰어나다. 어떤 장애물도 넘어선다. 바위를 넘고 장애물에 틈새를 낸다. 도의 무불위(無不爲) 특성에 대한 비유다.


'물은 때를 잘 맞춰(時) 움직인다.'

물은 유약해 보이나 멈춰 있다가 때가 되면 저절로 움직인다. 도의 순리에 따라 작동하는 것에 대한 비유다.


'물은 다투지 않고(不爭) 만물에 이롭다.'

물은 맞서지 않는다. 세모난 그릇에 세모, 네모난 그릇에는 네모 꼴이다. 도의 조화나 화합하는 특성에 대한 비유다.


물은 생명이다. 물속에 온갖 생물이 산다. 육지에 있는 생물들도 물에 의존한다. 사람의 약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만물의 생명 근원이다. 구름이 된 물은 비가 되어 목마른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싹 틔우고 키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주장한 이타심은 특색이 있다. 색깔로 표현하면 투명한 색깔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고 개성을 발휘한다. 도와주는 사람은 투명해 배경으로 남는다. 남이 스스로 하게 하는 방식으로 남을 도와준다. 리더가 없음의 역할을 맡아 구성원의 개성 있음을 더 돋보이고, 유용하게 하는 이타심이다.


이타심을 낼 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남을 도와주고도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없다. 남에게 지적질을 하거나 간섭하는 말을 하지 않고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린다. 남을 도와주므로 이런 리더를 욕할 구성원은 없다. 구성원에게 욕먹을 허물이 없다.


없음만 쫓아다닐 게 아니다. 그러다가 현실성 없다는 소리 듣는다. 있음과 없음은 모두 중요하다. 있음은 없음이 있어야 쓸모 있지만, 없음은 혼자 작용할 수 없고 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마음은 의식하지 않음과 무위로, 몸은 의식함과 유위로 다스린다. 구성원은 유위로, 리더는 무위로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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