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룽지조아 May 15. 2024

껌종이의 일기

예똥이의 일기 5

나는 내가 껌종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껌종이다. 마트에서 팔려 나가길 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가 500원과 나를 바꾸었다. 그 사람은 순식간에 껌을 먹어버리고 나를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처음에 찻길이 좋은 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시작되었다.


편히 쉬고 있었는데 아주 커다랗고 바퀴가 달린 무언가 나를 짓밟으려 했다. 점점 가까워졌다.


글씨는 나한테는 눈이므로 글씨를 접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짓밟히는 걸 볼 뻔했다. 다행이 바람이 살려주었다. 한 번이 아니고 계속 바람이 살려줬다. 그 때 나는 내 옆에 내 크기만한 연두색 종이 같은 걸을 보았다.


나는 그 종이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누구니? 나는 껌종이라고 해.”

“안녕. 나는 잎사귀야.”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니?”

“응, 갈색 막대기에 매달려 있다가 바람이 나를 밀쳤어.”

“어, 바람은 그런 애가 아니야. 항상 나를 살려주는데….”

이렇게 우리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오늘 마라톤이라는 게 열린다고 했다. 차가 안 다닌다. 우리는 마라톤이라는 게 좋은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끼리떼가 몰려왔다. 그리고 잎사귀를 신발에 붙이고 납치해 가버렸다. 나도 가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못했고, 울고 싶은데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껌종이는 아주 불행한 인생이다. 마라톤 바보. 마라톤 멍청이. 마라톤 납치범. 껌종이는 잎사귀를 좋아했고 사람은 정말 싫어했다.


잎사귀가 떠나 가버린지 1일째. 외롭다. 잎사귀가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소개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