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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May 07. 2019

05 : 두 꺼풀

연애 에세이 : 아름다움을 찾는 본능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두 꺼풀     




 사람의 가장 큰 능력 중 하나인 오감. 그중의 눈. 그 눈의 눈동자에 비춰진 모든 것들이 그저 보여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라는 존재 안에서 다시 해석되기 마련이라 그것 그대로 보지 못하고 눈동자에 한 꺼풀 두 꺼풀 막을 씌운다.      


  소복이 내리는 눈. 하얗게 쌓이는 눈. 왜 눈을 눈이라 하고 눈은 하얗게 빛날까. 사람들은 왜 눈이 오면 신나 할까.  ‘순수하니까’  그것이 첫 번째 떠오르는 답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세상이 순수하지 못해서 가끔 때 묻은 허물을 덮어 주는 그 순간이 아름다울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 내 인간은 왜 허물을 쫓을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데 왜 피상적인 모습을 보는 게 더 쉬울까.

 나도 한때는 피상적인 아름다움에만 눈길이 갔다. 자세히 바라본 그는 여태 내가 만나온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니까 외면이 그랬다. 선한 인상에 웃는 모습이 귀엽고 남성성보다는 이중성이 더 강한, 좁고 왜소해 보이는 어깨에 크지만 가지런한 손과 깨끗하게 정돈된 약간 긴 손톱. 낮고 굵은 목소리보다는 높고 중성적인 목소리. 모두 다 반대였다. 그와의 특별했던 시간과 나의 익숙함에 대한 괴리감이 충돌했다. 혼란이 생겼다. 그날의 대화를 생각하면 더 만나보고 싶었지만, 그날의 그를 떠올리면 낯설어졌다. 잠시 멈칫했다. 내 머릿속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다음에는 언제 볼까요?”

 “이번 주와 다음 주엔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시간 될 때 연락드릴게요.”     


 다음을 기약하는 그에게 나는 기약 없는 가능성을 기약했다. 시간이 지나면 혼란도 잠재워지고 그때의 마음을 따라가면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하던 대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리 없이 잘 되어가고 있어 보였지만 나의 욕심은 하늘에 있었고 나는 아직 땅에 머물러 있다 생각했다. 지나친 욕심 탓일까.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다. 8년이란 시간을 근 시간 안에 욱여넣고 싶었다. 괴로웠다. 억지로 밀어 넣으면 터질 것을 알면서도 나를 위한 거라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자 내 눈동자에 회색빛 막이 씌어졌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안개로 자욱해졌다. 분명히 앞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 서서히, 그는 가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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