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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May 06. 2019

04 : 그날의 취향

연애 에세이 : 그건 좀... 아니었어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그날의 취향




마음이 흔들리기 직전의 시간. 그 시간은 마치 경계선을 넘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생각의 능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나를 데려다준 그 날 이후 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가끔 생각났다. 그래서 두 번째로 집에 데려다준 날 밤 나는 그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가끔 떠오른 생각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에 제가 밥 한번 살게요.”     


 한 번 더 시연회를 체험하러 갔다. 이번엔 도자기를 이용한 티코스터 만들기였다. 왠지 예감이 왔다. 그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우연인지 만들어진 상황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와 같은 팀에 배정되었다. 함께 웃고 즐기며 활동한 시연회가 끝나자 그는 어김없이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미안한 마음이 두 배가 되었다. 그는 경기도에 살았고 나는 서울의 북쪽에 살고 있었다. 이 거리를 왕복해서 데려다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빚지는 것을 싫어했던 나는 그에게 무엇이라도 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물론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이 남자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다음에 밥 한번 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와 번호를 교환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식사한 곳은 상암동에 있는 한 작은 레스토랑이었다. 여느 연인들과 다를바 없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셨다. 평범했지만, 그날 밤의 공기는 달랐다. 그와의 대화는 매끄러웠고 그의 움직임은 배려 깊었다.

 몸에 똑 떨어지는 남색 코트에 다소 어두운 셔츠, 밑단을 접은 중간 농도의 청바지와 끈이 단정하게 매어진 갈색 부츠. 카페를 들어설 때나 나설 때나 문을 열어주고 닫아 준 손. 음료를 먼저 주문하라는 눈짓. 필요하다는 티슈를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어나 가져다주는 몸짓. 공감이 갈 때마다 웃는 입술 사이로 살짝 보이는 덧니와 반달이 되는 눈. 신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모습. 거기다 그의 나이가 무색하게 나와 비슷해 보여 좋았다. 그리고 비슷한 취향들까지. 호감이 가기엔 충분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날 저녁과 밤 사이. 나는 그에게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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