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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ra Aug 23. 2019

14 : 그저, 만났다.

연애 에세이 :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14. 그저만났다               

연애 에세이 : 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얼마 전 오랜만에 에이전시에서 진행한 앱 제작 시연회를 다녀왔다. 신기하게도 시연회에서 4, 5년 전에 만났던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내가 떠돌이처럼 이 직업 저 직업을 알아보며 다녔던 시기에 학예사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얼굴이 낯익어 생각해보니 거기서 만난 사람이었다. 같은 팀이 되어 강의를 들었었고 공부를 위해 몇 번 만났었다. 이름이 특징이 있어 기억하기 더 쉬웠다. 그녀는 나를 제대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신기함과 반가움에 같이 이야기를 주고받자 기억을 해냈다. 그녀는 ‘세상 참 좁아요’라고 말했다. 세계의 땅덩어리를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좁긴 좁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가 세상이 좁아서 만난 걸까. 그리 보고 싶다 애타게 외쳐보는 사람도 한 번을 마주치지 못하는데, 과연 그녀가 세상이 좁아서 그 자리에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에 한 표.


  미술 심리상담을 해주면서 가끔 연애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내담자들에게 사람은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내가 말하는 유유상종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의미로 해주는 말이 아니다. 비슷하긴 하지만 다르다. 생각을 바꾸면, 인식을 바꾸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는 왜 이런 남자만 만나는 거야!’     


 라고 외쳐봐야, 남들이 만나는 그런 잘난 남자 못 만난다. 내 과거의 연애를 떠올려보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가 없다. 내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니, 진정으로 사랑받지 못했다. 말은 하지 않고 알아주기만을 바라니 엇갈렸다. 화가 나도 참고 인내하니, 막 대해도 되는 사람처럼 비추어졌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으니, 존중 받지 못하고 상처 자국만 선명했다. 우습다. 내가 나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데,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대할 거라 기대했다니. 내가 바라는대로 해주기만 해서는 얻어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사랑, 아주 많이 줄게 너도 사랑, 많이 좀 줘’ 한다고 되는게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한 동생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내가 무서워 보인다고 했다. 무섭게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말을 들으니 인정하기 힘들었다. 나는 여러명에게 내가 무서워보이냐고 물어보고 다녔다. 돌아온 대답은 하나 같이 ‘yes’였다. 무서운 사람은 아닌데 그래 보인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집에서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무표정으로 마주친 거울 속 여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쳐진 입꼬리, 날카로운 눈동자, 화난듯한 광대. 나는 쳐진 입꼬리라도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평소에 웃지도 않으면서 꼬리를 올렸고, 웃을때도 동그란 웃음이 아니라 반달 모양의 웃음이 되도록 연습했다. 그러자 서서히 달라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여유가 없었을 때는 생각지 못했는데, 회사를 퇴사한 이후로는 마음도 활짝 열어보기로 했다. 보통 다들 하는 말도 떠올려 보았다. 마음이 이뻐야 얼굴도 이쁘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얼굴을 보면 안다는. 그래서 영화 ‘yes man’처럼 무조건 ‘yes’. 편견 없이 ‘yes’를 외치고 다녔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내 인상이 변하기 시작했고 모르는 사람과도 쉬이 친해졌다.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자신만 모르지. 남들은 안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에게서 풍기는 느낌은 전해진다. 말투부터 분위기, 표정, 행동 그리고 걸음걸이까지. 이 전의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받아주기 힘든, 함께 하기 불편한, 그런. 몸도 마음도 변해야 했다. 그전까지의 모습으로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앞으로 만날 남자도 똑같은 놈들일 예정인 건 불 보듯 뻔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 때 통화를 하면 가끔 그는 왜 이제야 나를 만났는지 ‘더 어렸을 때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하며 아쉬워했다. 물론, 나를 늦게 만나 그전 연애에 쏟아낸 노력의 시간들이 아깝다는 의미인건 안다. 그래도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이제 만나서 다행이라고. 지난 과거에 만났다면 그 사람도 나도 서로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났다 해도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그때의 우리는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았으니까. 10년전 그의 모습을 들어보니, 밤 낮없이 매우 바쁜 사람이었다. 나는 이해했을지 모르지만 참다 인내하다 속앓이를 했을지도 모르고, 외로워하다 헤어졌을 것이다. 사람의 만남에는 때가 있다. 운명론을 믿진 않는다. 그저 나의 마음이 흘러간 곳에 그가 있었을 뿐이다. 그의 마음이 흘러온 곳에 내가 있었을 뿐이다. 결 따라 흐르는 시간의 실타래 위에 마침, 우리는 연인이 없었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합니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야 나에게 멋진 사람이 다가옵니다. 내가 따뜻해야 나를 따뜻하게 대해줍니다. 내가 나를 알아야 나를 알아줍니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사랑 받는 법도 알게됩니다.
현재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너의 색이 번지고 물들어> 출간된 에세이 책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토대로 자아와 인생의 성찰을 보여주는 인문학적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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