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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Aug 29. 2023

너 T야?

  요즘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MBTI를 물어보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절차가 되었다. 아무래도 혈액형보다는 많은 유형으로 나뉘어있고, 자기가 생각하는 자신의 성격을 기반으로 측정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신뢰가 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에 반짝 유행한 유행어가 있으니 바로 '너 T야?'다. 이는 공감을 잘해주는 F유형과,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T유형 간의 차이를 기반으로,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 공감을 잘해주지 못하면 T냐고 물어보며 상대를 질책하는 데서 나온 유행어다. MBTI를 모르면 웃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제는 전 국민이 MBTI를 다 알기 때문에 이런 식의 유머가 성립할 수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 유행어를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공감을 못해주는 것이 나쁜가?

라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저 유머의 밑바탕에는 상대에게 공감을 해주지 못하는 것이 그리 좋은 건 아니라는 의식이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힘들어하고 위로를 원하면 응당 위로를 해줘야 하며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반대로 왜 굳이 공감과 위로를 어려워하는 T에게 가서 공감과 위로를 원하고, T가 공감해주지 못하면 왜 공감해주지 못하냐고 질책하는 짓을 굳이 하는 것일까? 심지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T 나름대로 상대를 위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러는 것임에도 그런 선의는 가볍게 무시되곤 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 T들은 본의 아니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공감하는 '척'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고 심할 경우에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기까지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굳이 공감을 잘 못하는 T에게 가서 공감을 바라고 공감해주지 못하는 T를 질책하는 것은 굉장히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공감을 바라는 건 철저히 본인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작 T는 F가 힘든 얘기를 털어놓으면 마치 직접 본인이 그 일을 겪는 것처럼 감정이입을 해서 힘들 때도 많다. 어떻게 보면 F보다도 더 공감이 잘 되는 편일 때도 있다. 단지 상대에게 말로 표현을 잘 못할 뿐. 그러다 보니 본인도 힘들고 상대도 힘드니 어떻게든 그 상황을 빨리 해결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자꾸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고. 하지만 F가 해결책을 달라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달라고 그때부터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심하면 본인이 F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T에게 공감을 강요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폭력적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모델 주우재가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F가 T에게 "너는 왜 공감을 안 해줘?"라고 한다면 자기는 오히려 "너는 왜 내가 공감 못하는 걸 공감 안 해줘?"라고 되묻고 싶다고. 나도 그 당시에는 재밌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찌 보면 주우재도 일방적인 공감 강요가 계속 싫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나도 이제는 자꾸 공감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런 얘기는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가서 하면 좋겠다고. 나도 많이 지친다고.


너는 왜 공감을 못하는 나에게 공감을 원해? 너 F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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