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만사천 원을 썼습니다.

by jeho

버는 것은 없는데 쓰기만 하다니.... 아침 겸 점심(하루 두 끼 먹으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하는 게 맞지 않습니다만)을 사 먹었습니다. 막걸리 한 병도 곁들여서요. 사치를 부렸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컴퓨터활용능력 2급 실기를 치렀는데, 문제 해석조차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나는 고지식한 사람인가 봅니다. 그동안 너무 자만에 취해 있었나 반성합니다. 그래서 한 잔 하고 싶었습니다.


생각이 마구 번집니다. 방향도 모르고. 지난 연말부터 열군 데 정도 재취업 원서를 넣었는데, 다섯 군데는 '탈락'이라는 표현을 완곡하게 해 주었고, 나머지는 최종면접을 보았습니다. 세 군데는 역시 예비후보 1번이라고 표기하면서 탈락을 알려 왔습니다. 이제 두 곳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긴 설날연휴를 맞이합니다.


오늘도 말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말 걸지도 않더군요. 누구에게 전화할까, 낮술 한 잔 하자고 할까 떠올려 보았지만.... 없습니다. '최관장은 오늘 체육관 문 열었나?' 혼자 사는 그는 동네에서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입니다. 그런데 그도 나를 친구로 생각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내 몸의 0.5% 정도를 버리고 나니 한결 시원하고 가볍습니다. 나는 간사합니다. 심각한 정신의 영역을 헤아리다가도 육체의 편과 불편을 가리고 나니 기분이 달라지니 말입니다.


나는 꿈에 취해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현실의 행동은 하지도 못하면서. 한심하지요. 남은 두 곳으로부터도 거절당하면 몸을 굴려 돈을 버는 현장으로 달려가야 하겠습니다. 그럴 각오는 되어 있지만 맞아줄 곳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더 이상 돈 쓰지 않고 버텨보려고 합니다. 지나가는사람 하나하나가 무척 궁금한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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