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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Aug 01. 2023

감정의 작용, 반작용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들 중 세 번째 법칙으로, 모든 작용에 대해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물리학의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는 일상행활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많이 보기도 하고 이 말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이 법칙은 단순히 물리학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관념적으로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인 셈이다. 


  나도 요즘은 이 말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많이 생겼다. 평소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많이 절제되어 있고 억압된 삶을 사는 사람에 속한다. 술을 마시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병행한다. 회사를 열심히 다님과 동시에 회사 밖에서도 돈을 벌어 내 가치를 존재하기 위해 유튜브, 책 쓰기, 작곡 등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채찍질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굉장히 엄격하게 평가하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나에게 잘한다고 한들, 대단하다고 한들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만족하지를 못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이런 나의 삶의 방식 자체에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저렇게 스스로를 억압하고 절제하고 가꿔왔던 것들이 무의미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름 필사적으로 노력하며 살아온 흔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지금 돌이켜 보면 생각보다 초라해 보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어느덧 자기 가정을 꾸리고 여러 취미활동들도 하며 그들만의 삶을 확고히 다져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나는 가정을 꾸리거나 그에 필적할만한 다른 성과를 내지도 못한 상태다. 물론 주변 사람들은 자유롭게 사는 내가 부럽다고들 말하고 나도 이성적으로는 왜 그들이 나를 부러워하는지 이해는 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물론 그들도 그들 나름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삶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인한 성장통 혹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 힘듦 마저도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요즘에는 부러움을 넘어서서 나도 모르게 점점 주변인들에게 많은 열등감을 느끼게 되었다. 친구들 집들이에 가면 우리 집이 더 좁고 낡은 것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친구들이 좋은 차를 사면 나는 차를 갖고 있지 못함에 열등감을 느꼈다.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는 것을 보면, 그런 화목한 가정을 가지지 못한 데서 열등감을 느꼈고, 부모로 부터 일정 부분 지원받는 것을 보며 그런 부모가 없는데서 열등감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한 노력들로 인해 겨우 나는 밑바닥에서 주변과 비슷할 정도로 올라오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의 강도만으로 따진다면 이것보다는 더 노력을 해야 내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성과를 내거나 삶의 질을 이룩할 수 있을 텐데 더 이상은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요새는 점점 나 스스로가 많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예전에는 술을 많이 마시면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많이 억눌렀었다. 아무리 싫은 사람과 술을 먹더라도 스스로를 억누르고 상대를 칭찬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바보 같게만 느껴졌다. 근 10여 년간 다들 여러 가지로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어떤 방향으로든 착실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나만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꼴이 너무 싫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요새는 종종 억누를 수 없을 만큼 화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지난 10여 년간 나름 화가 많이 줄어들었고 실제로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었는데, 대신에 이제는 화를 내는 빈도가 줄어든 대신에 가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동안 참고 살아온 것에 대한 반작용처럼. 그럴때에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화를 낸다. 그러면서 화를 내는 와중에 자기혐오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가 보기에 나는 열등감 투성이에 초라한 사람인데 비참하게까지 보인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꾸 상처를 주게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요즘에는 더더욱 스스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되고 관계에 집중하지 않으려 하게 되었다. 그렇게 계속 악순환의 연속인 상태로 요즘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가, 언제쯤 이 허탈함과 허무함이 사라질까, 스스로 만족할 때는 언제일까, 언제쯤 나는 편해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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