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망치는 그 말. MZ.

  얼마 전부터 MZ라는 말이 너무나도 지겹도록 들린다. 너무나도 간극이 큰 세대들을 하나로 묶어 단순화해 버리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MZ라는 말의 유래라던가 뜻은 이제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며 요즘은 이 말을 어떠한 콘텐츠로 소비해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는 SNL의 MZ오피스가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MZ라는 말이 단순히 사람들을 묶어서 부르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MZ세대는 그렇다'는 기조 때문이다. 요즘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확실히 예전의 신입사원들과는 행동이나 말투, 태도 자체가 너무 다르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혹자는 나를 꼰대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말 다르다. 그것도 안 좋은 쪽으로. (욕하기 전에 일단 좀 더 읽어보길 바란다)

  아주 옛날부터 '요즘 젊은것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기성세대의 입에서 반드시 나오는 말이었다. 당연히 요즘에도 젊은 사람들이나 신입사원들을 보면 그런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근데 이 버릇없음이 요즘에는 도를 지나친 사람들이 자주 보인다. 왜 그런지를 유심히 살펴보니 이 사람들이 버릇이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였다.

  일단 회사에 오기 전은 차치하고, 회사에 들어온 다음을 살펴보자. 끼가 넘치는 현란한 복장으로 출근하여, 업무시간에는 귀에 에어팟을 끼고 일하고, 이러나저러나 나는 다 일을 끝냈으니 나 다음에 이어서 일할 선배에게 퇴근시간 직전에 일을 넘기고 퇴근하는 그런 소위 'MZ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해보자. 아무리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회사는 결국 사람들끼리 서로 얽히고설켜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저런 행동들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행동을 고치기는커녕 잘못됐다는 것조차도 인지 못한다. 왜냐면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요새 MZ는 그렇대'라며 놔두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그들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사회의 룰과 규범을 가르쳐 주지 않고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업무 시간이 끝나면 퇴근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어디 세상일이 꼭 그렇게만 돌아가던가. 가끔은 야근도 해야 하고 주말 출근도 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 만약 자기 일은 다 끝낸 상황이라면? 그들은 선배가 일을 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 업무는 다 끝냈으니까. 무슨 상관이람? 할 것이다. 그건 당연히 그들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후배는 와서 말이라도 '저 다 끝났는데 도와드릴까요?'라고 한다. 나는 보통 그러면 네 일 다 끝냈으면 얼른 들어간다고 하던가, 피치 못할 경우에는 도와달라 하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거나 기프티콘을 선물하곤 한다. 그런 내 입장에서 어떤 후배가 이뻐 보일까?

  여기까지 읽은 어떤 이는 아마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저런 꼰대 녀석'이라고. 하지만 내 이야기의 요지는 그것이다. 마냥 옛날처럼 희생하고 선배를 떠받들라는 게 아니라, 사회에 속해있다면 어느 정도는 사회의 규범과 예의를 지키면서 본인 실속을 챙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요새는 그냥 실속만 챙기면서 다니는 게 대세가 된 것 같다. 선배들이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좋기야 하겠지만, 말만 부드럽게 할 뿐이지 선배들은 당연히 이 후배들을 탐탁지 않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협업을 피하고 무언가를 가르쳐주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그 후배들은 자연스레 도태되어 간다. 이게 바로 MZ라는 말이 청년들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개인을 존중하는 척,
세대를 갈라 치기 하는 이런 말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