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수 015B의 노래 '이젠 안녕'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서로 헤어지긴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이제는 그만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가사다.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유명한 시 '님의 침묵'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비록 장르가 다른 두 예술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둘 다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헤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많아졌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 피부에 직접 와닿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르지는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인간관계에서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 사람들 모두 이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 예전과 같은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진 게 보인다. 어릴 때는 매일, 좀 더 커서는 매주 보던 친구들을 어느샌가 한 달에 한 번만 보게 되더니 이제는 서너 달에 한 번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까지고 친하게 지낼 것 같던 선후배들도 이직을 하며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간간히 연락만 겨우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요즘 들어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가 다른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언제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머리로는 늘 이해하고 있던 말이지만 인간관계가 변하기 시작하니 이 말이 점점 피부에 와닿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O15B의 노래 '이젠 안녕'에서도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도 재회를 확신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재회하게 된 그 사람은 예전과 같은 그 사람일까? 모든 것은 변한다 했는데 그 사람도 변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사람도 나도 변했다면 둘 사이의 관계도 변했을 것이고, 결국 이 사람과 나의 관계는 영원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도 변했고 관계도 변한 셈인데, 이걸 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떠한 이유로든 한번 멀어진 관계라면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이미 그 관계는 변질되어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한번 멀어진다면 그때의 그 사람과, 그리고 그때의 그 관계와는 영영 이별하는 셈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사람들과 지금 관계에 매우 충실하고 싶고 마음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이별이 찾아오겠지만.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일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