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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호 Aug 16. 2023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라고요?

  옛(?) 가수 015B의 노래 '이젠 안녕'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온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 거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서로 헤어지긴 아쉽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이제는 그만 떠나야 한다는 내용의 가사다. 그리고 만해 한용운의 유명한 시 '님의 침묵'에는 이런 글귀가 나온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비록 장르가 다른 두 예술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둘 다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바로 헤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 많아졌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한다'는 것이 피부에 직접 와닿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르지는 않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인간관계에서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 사람들 모두 이직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러면서 예전과 같은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어진 게 보인다. 어릴 때는 매일, 좀 더 커서는 매주 보던 친구들을 어느샌가 한 달에 한 번만 보게 되더니 이제는 서너 달에 한 번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언제까지고 친하게 지낼 것 같던 선후배들도 이직을 하며 점점 멀어져서 이제는 간간히 연락만 겨우 유지하는 정도가 되었다. 요즘 들어 이런 식으로 인간관계가 다른 무엇보다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잘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언제 어디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머리로는 늘 이해하고 있던 말이지만 인간관계가 변하기 시작하니 이 말이 점점 피부에 와닿았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O15B의 노래 '이젠 안녕'에서도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도 재회를 확신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재회하게 된 그 사람은 예전과 같은 그 사람일까? 모든 것은 변한다 했는데 그 사람도 변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사람도 나도 변했다면 둘 사이의 관계도 변했을 것이고, 결국 이 사람과 나의 관계는 영원히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도 변했고 관계도 변한 셈인데, 이걸 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떠한 이유로든 한번 멀어진 관계라면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이미 그 관계는 변질되어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한번 멀어진다면 그때의 그 사람과, 그리고 그때의 그 관계와는 영영 이별하는 셈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사람들과 지금 관계에 매우 충실하고 싶고 마음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이별이 찾아오겠지만.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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