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순동 Nov 15. 2022

빛의 벙커

현대 미술의 아버지 '세잔'과 추상 미술의 선구자 '칸딘스키'를 만나다

국가기반 시설, 한국통신 해저 광케이블 센터와 서버가 있던 오래된 벙커는 공모 절차를 거쳐 민영화된다. 2014년 커피 박물관 바움이 들어서고 '제주 평화축제 2015' 등 다양한 문화공연 및 전시를 하다가, 2017년 빛의 커가 임대하여 몰입형 미디어아트전시하고 있다.

대수산봉 자락에 자리하고 있고, 올레2길이 바싹 붙어 지나가지만 축구장 절반 정도나 되는 벙커는 눈에 띄지 않는다. 흙과 나무로 위장되어 있어 산자락처럼 보인다.


벙커는 국내 유일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으로 관객들이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방어의 개념을 충실히 반영하여 설계된 벙커는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C의 온도를 유지하고, 외부의 빛과 소리를 완벽하게 차단한다.


시즌별로 콘셉트를 정해서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스피커를 사용하여 음악과 영상으로 명화를 재해석한다. 스크린이 따로 없다. 사면의 벽, 바닥과 천장까지 작품이 빛으로 변환되어 가득 찬다. 아무 곳에나 자리 잡고, 아니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작품과 하나가 된다. 넓은 공간, 거장이 그린 작품의 무게, 웅장한 오디오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관객이 전시관에 들어서는 순간 완벽하게 몰입의 경지로 빠져든다.




빛의 벙커는 2022. 11. 4부터 2023. 10. 15까지 새로운 작품을 전시한다. 우리는 올레2길을 걷던 날이 휴관일이라 다음 날 다시 찾았지만, 대수산봉 오르기 전에 관람하면 좋겠다. 상영시간도 올레길을 걷다가 쉬어 가기에 적당하다.  시작 시간이 예정되어 있으나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



[메인 프로그램] 세잔, 프로방스의 빛


<세잔, 프로방스의 빛>은 현대 미술의 아버지 '세잔'의 특별한 여정을 보여준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1861년 파리에서부터 후기까지 그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을 전시한다.

세잔은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길 희망하는 부모의 뜻을 거스르고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에밀 졸라의 도움으로 인상파 화가들과 교유하면서 전통 회화의 틀을 깨고 현대미술의 토대를 닦아간다.


빛의 벙커는 '세잔의 작품세계를 통하여 관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엿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영시간 35분)


[기획 프로그램] 칸딘스키, 추상 회화의 오디세이​

<칸딘스키, 추상 회화의 오디세이>는 화가이자 시인이며 추상 미술의 선구자인 '칸딘스키가 개척한 추상의 세계를 그의 회화 여정에 따라 보여준다. 추상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인 음악을 회화와 결합함으로써 칸딘스키의 추상 세계가 더욱 깊어짐을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상영시간 10분)






커피 박물관 바움

제주 커피 박물관 바움은 빛의 벙커와 한 구내에 있다. 빛의 벙커 관람을 마치고 잠시 쉬어간다. 대수산봉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숲이 한눈에 보이는 커피 박물관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수집한 커피 그라인더와 로스터기, 커피 잔 등 커피 관련 용품들이 전시된 박물관, 커피 체험실, 전망대, 커피숍을 갖추고 있다.


커피 박물관 다움 옆의 뜰에는 여름에 먹는 재래종 귤나무, 하귤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이 하귤나무는 1990년 4월 통신시설 벙커 준공식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다. 쿠데타를 한 군부독재 세력의 한 축인 노태우는 아들의 계속된 사과와 북방 외교 등으로 여타 독재 정권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노태우는 오랜 투병 끝에 사망했는데 하귤나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 옆에 역동적 모습의 조각품이 설치되어 있다. 작가 임준호가 흙 대신 커피가루를 사용하여 만든 조각품 「탄생」이다. '새끼 사자의 탄생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수사자를 표현한 작품으로 연결된 꼬리를 통해 생명의 근원인 탯줄을 형상화하였으며, 라이언 킹의 부성애를 상징화하였다'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2022. 11. 4)

매거진의 이전글 굼부리가 예쁜 아부오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