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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Jun 08. 2023

아름다운 숲, 선흘곶자왈 동백동산

조천읍 선흘리

"선흘 곶자왈입니다.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지표를 덮은 대지 위에 습지와 용암 언덕들이 생깁니다. 그 깨진 돌무더기 틈 사이로 땅속 깊이 빗물이 스며들지요. 다시 그곳으로부터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양치류가 풍성하며, 난대성 상록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지요. 동백나무, 개가시나무, 종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등과 같은 키가 훤칠하게 큰 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선흘곶자왈


생명의  숲, 동백동산


"동백동산 먼물깍을 중심으로 0.59 제곱 킬로미터가 환경부 습지보호지역 및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습니다. 선흘곶자왈 전 지역이 국가 및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고요. 선흘곶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것이지요."

선흘곶 동백동산은 중산간 오지라 버스 편이 원활하지 않다.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대천 환승정류장에서 출발하여 동부지역 오름군을 순환하는 810번 관광지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동백동산 탐방로

선흘곶 동백동산 탐방을 시작한다. 난대성 활엽교목이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서면  탐방로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1번부터 52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어 길잡이가 된다.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지금 어느 정도 왔는지도 알 수 있다.

먼물깍 가는길

도틀굴

숲의 들머리에서 용암동굴을 만난다. 도틀굴이다.


"동굴 내부에는 용암 선반과 승상 용암, 아아용암, 용암 주석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용암 종유와 암 곡석 등도 관찰되고요."


문화재적, 학술적 보존가치가 인정되어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어른은 몰라도 아이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철망으로 막아놓았다.

도틀굴

"이 동굴에서 4.3 당시 피신했던 주민들의 흔적과 유품들이 발견되었습니다. 4.3의 아픔을 품고 있는 유적입니다."


선흘곶은 주민의 삶과 애환을 같이 해온 곳이다. 이 숲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원을 얻는 생명의 숲이었다. 4.3의 광풍을 피하여 주민들이 숨어들었던 어머니 품과 같은 숲이다. 이곳은 4.3 학살의 슬픈 역사를 안고 있는 기억의 숲이기도 하다.


습지

곳곳에 습지가 있다. 순채 등의 습지식물과 양치식물이 어우러진다. 습지 주변에는 멸종 위기의 희귀 동물들도 살아간다. 다양한 생물들이 공존하기에 아름다운 숲이다.


"제주에는 물이 빨리 빠져버리니 벼농사를 지을 수 없어요. 현재 유일하게 하논에서만 벼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여기는 당못이라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소출은 적었지만 이곳에서도 벼농사를 지었답니다. 이 숲에 일곱 곳 정도 흔적이 남아 있어요."

벼농사를 지었던 당못

"당못과 같은 물통이 100곳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5년 전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물통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확인된 게 오십여 개. 나머지는 못 찾았어요. 중산간에는 용천수가 귀하잖아요. 자기만 아는 물이 있었던 게지요. 생명수지요."


슬프면서도 웃기는 얘기다. 중산간 사람들의 물에 얽힌 고충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물이 더러운 것 같지만 예전에는 잘 관리했겠죠."

도틀물

숯막

동백동산 숲 곳곳에는 원형 숯막, 타원형 숯막 등 다양한 형태의 숯막 터가 남아 있다. 오래전부터 동백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던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자원이다.


"숯막은 숯을 굽는 곳에 지은 움막을 말합니다. 참나무가 많아서 여기서 숯을 구웠습니다. 벌이할 것이 없는 겨울철 농한기에. 숯 굽는 것이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비바람을 피할 움막이 필요했던 거지요."

숯막

참나무과의 상수리나무. 잎이 밤나무 잎처럼 생겼다. 상수리나무의 잎자루가 길고 끝이 뾰족하게 나왔는데 하얀빛을 띠고 있다. 밤나무의 잎자루는 짧고 잎과 같은 녹색이다.


"열매를 가공하여 묵을 만드는데 구황식물 중 으뜸으로 칩니다. 맛이 좋아서 선조 임금 수라상에 올라 상수리나무라는 설이 있지만, 도토리나무 상, 열매 실의 '상실(도토리 열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우세합니다. 도토리나무 중에서 최고의 참나무가 낙엽성 상수리나무랍니다."


"숯을 만들 때 참나무를 주로 씁니다. 좋은 숯을 만들려면 목질이 단단해야 하거든요."

상수리나무(왼쪽), 구실잣밤나무

큰 키의 구실잣밤나무의 비릿한 밤꽃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숯을 안 구워서 키가 크다"라는 말들을 한다. 원래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구실잣밤나무는 재질이 무겁고 질기지만, 태우면 전소되어 재만 남는다. 숯을 구울 수 없어서 키가 크게 자랄 수 있도록 살아남은 것이다.


더불어 사는 건강한 숲


"동백동산은 제주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원래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동산이라 했답니다. 이른 봄에는 빨간 동백꽃을 볼 수 있는 동백꽃 명소고요. 예부터 마을 사람들은 동백기름을 짜서 여러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동백나무는 원래 이렇게 키가 크지 않습니다. 주변의 종가시나무, 구슬잣밤나무 등 키 큰 나무 때문에 햇빛을 보려고 가지를 높이 뻗은 것입니다."

동백나무(왼쪽), 개가시나무와 종가시나무

동백꽃은 제주 4.3을 상징하는 꽃이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송이 채 떨어진다. 강요배 화백이 작품 ‘동백꽃 지다’에서 제주 4·3 당시 소리 없이 스러져간 제주도민을 동백꽃으로 표현하면서부터 ‘동백꽃은 제주 4·3의 꽃’이 되었다.


"종가시나무인데 죽어가는 것 같지만 살아 있어요. 뿌리가 다 드러나서도 살아갑니다. 뿌리 밑에 용암대지가 있어 뿌리가 깊이 박지 못하고 옆으로 뻗다가 바람에 넘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뿌리가 위로 올라온 나무도 보이지요"

종가시나무

"동백나무 외에도 개서어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 종가시나무, 개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생달나무, 꾸지뽕나무 등 난대 지방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나무들이 함께 자랍니다. 이곳의 난대성 상록활엽수림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숲이라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숲에는 백서향 등의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어 학술적으로 주목받는 숲입니다."

개서어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왼쪽부터)

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도 잘 자라는 개서어나무. 수액으로 용상에 금칠을 할 때 사용했다는 황칠나무. 5갈래로 깊게 갈라진 하얀 꽃잎이 탐방로를 덮고 있고, 그 열매로 물고기를 잡았다는 때죽나무. 새덕이, 참식나무, 백량금, 자금우도 곶자왈을 지킨다.


낙엽이 떨어져 있다. 보통 낙엽은 가을에 밟는다고 생각한다.


"상록성 나무들은 봄에 낙엽이 떨어집니다."

꾸지뽕나무(왼쪽), 봄에 떨어지는 낙엽

상돌언덕

상돌언덕은 동백동산 곳곳에 분포하는 용암 언덕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언덕이다. 용암 언덕은 흐르는 용암의 앞부분이 굳어지면서 가운데 부분이 부풀어 올라 만들어진 지형이다. 산을 지켰던 산림계원들이 상돌언덕에 올라 숲을 감시했다고 한다.

상돌언덕

양치식물

함몰지, 융기지형, 동굴, 크고 작은 돌무더기 등이 이곳저곳에 늘려 있다.


"동백동산 곶자왈의 독특한 자연환경은 여러 종류의 양치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멸종 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 그리고 가는쇠고사리, 홍지네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식물이 숲의 일원으로 살아갑니다. 건강한 숲이지요."

양치식물

먼물깍 습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먼물', 끄트머리라는 의미의 '깍'을 합하여 '먼물깍'이라 한답니다. 옛날에는 이 물을 생활용수로 가축 음용수로 이용하던 물입니다. 이 습지는 넓은 용암대지의 오목한 부분에 빗물이 채워져 만들어진 못입니다."


동백동산을 만든 용암은 잘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얇고 평탄한 용암대지를 형성하고 있어 빗물을 담는다.

먼물깍 습지

"습지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희귀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 1급의 비바리뱀, 멸종 위기 2급인 팔색조, 긴꼬리딱색, 물장군, 두점박이사슴벌레와 희귀종인 남방남색부전나비가 이 습지의 한 가족입니다."


"습지에 사는 식물도 다양합니다. 순채, 송이고랭이, 올방개, 남흑삼릉, 통발, 고마리 등이 함께 살아갑니다."


노린재나무. 습지 가장자리에 단풍이 든 잎을 태우면 노란색 재를 남긴다는 노린재나무가 흰 꽃을 소복이 달고 있다. 눈 덮인 듯한 모양이다. 태운 재를 매염제로 사용한다.

노린재나무

선흘 곶자왈 연구 시험림​

곶자왈은 오름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용암대지 위에 만들어진 제주에만 있는 독특한 용암숲이다. 아무것도 없는 불모지였던 곳이 시간이 흘러 나무와 덤불이 우거진 숲으로 변하였다. 선흘리 산 6번지 일대의 선흘 곶자왈은 생태적 가치와 특이한 지형의 가치를 인정받아 연구 시험림으로 지정되어 국립산림연구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참나무 숲

선흘분교장 학교림. 탐방로 근처, 선흘리 산 8번지 일대는 선흘분교장 학교림으로 생태 자연 관찰 학습장이다. 선흘분교장 전신인 선흘 간이학교 설립 초기(1937년) 학교 재정에 보탬을 주기 위해 고백송 님이 기부한 토지이다.

선흘분교장 학교림

새로판물

"제주도의 중산간은 물이 귀합니다. 빗물은 화산석 사이로 흘러들어 땅속 깊이 들어가 바닷가에서 솟아납니다. 그 물이 용천수지요. 중산간의 마을 주민은 소나 말에 물을 먹이기 위해 흙을 파내고 돌담을 쌓아 물통을 만들어 물을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습지가 되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처입니다. 자연히 지역 학생들의 생태 학습장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새로판물

탐방로는 선흘 1리 마을로 나왔다가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간다. 차 두 대가 비켜가기도 어려운 좁은 산길에 승용차 통행량이 많다. 웬일인가 했더니 제법 잘 꾸며놓은 카페가 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간다. 이 산골 오지까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출발점에서 조금 떨어진 삼거리를 만난다. 2번 지점이 52번 지점과 동일하다. 동백습지센터로 돌아나와 일정을 마친다. (2023. 5. 17)




운동 시간 : 1시간 21분(총 시간 1시간 43분)

걸은 거리 : 5.01km

걸음 수 : 8,724보

평균 속도 : 3.6km/h

소모 열량 : 492k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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