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3A길은 김영갑 갤러리를 지나간다. 김영갑의 작품을 만나서 중산간 탐방의 단조로움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서울 제주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던 김영갑은 제주에 매료되어 아예 제주에 정착한다. 20여 년간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제주의 속살을 카메라에 담는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섬의 자연 풍광을 소재로 한 수많은 작품을 남기며 치열하게 살다 간 사진작가 김영갑의 예술혼이 배어 있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은 폐교되어 버려져 있던 신산초등학교 삼달분교를 개조하여 2002년 여름에 문을 열었다.'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루게릭 진단을 받고 투병을 하면서도 갤러리 개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김영갑 작가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며 가꾸어온 두모악에는 제주도의 비경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니 예쁜 깡통 인형이 손님을 맞이한다.
'외진 곳까지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술관을 찾는 분들을 위한 휴식과 명상의 공간으로 꾸며진 정원은 김영갑이 투병 중에 손수 만들었다.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든 정원, 담장에는 마삭줄이 뒤덮고 있다.
정원에 김영갑의 벗, 김숙자 작가의 토우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모든 것이 낯설어 어지러워할 때 선뜻 내밀어 준 김영갑의 손을 나는 결코 있지 못한다. 김 영 갑. 그는 나에게 좋은 길동무였다'라고 김숙자는 회고한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토우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왼뺨을 괴고 사색에 잠겨있다.
감나무에 달린 까치밥을 먹던 까치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날아가 버린다.
전시관 건물 앞에 과거 삼달국민학교였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고, 또 국기 게양대가 부서진 채 학교였던 흔적을 남겨두었다. 학교는 없어졌는데 유공자 송덕비 4기가 담장 밑에 서 있다.
전시장 내부로 들어서면 매표소와 아트숍이 있고, 우측에 영상실과 두모악관, 좌측에 유품 전시실과 하날오름관이 배치되어 있다.
두모악관과 하날오름관에는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옛 모습과 숨어있는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현재 두모악관에는 '이어도로 가는 길, 용눈이오름 구름언덕'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무거운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수풀을 헤치고 오름을 넘으며 담은 하늘과 구름, 바람과 오름, 이어도에 대한 꿈이 사진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가 사진으로 어떻게 바람을 표현할까?
눈, 비, 안개를 어떻게 표현할까?
그의 작품에는 '오름, 바다,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유혹의 섬 제주'의 자연이 숨 쉬고 있다.
유품전시실'에는 그가 평소 보던 책들, 평생을 함께 해온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영상실'은 작품 활동을 하던 젊은 시절과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던 당시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다.
문틀을 통해 보이는 정원의 모습도 작품의 하나다.
뒤뜰로 나가본다.
정갈한 어머니의 손길이 생각나는 장독대가 정겹다. 하지만 더 이상 장이 익어가는 옹기는 아닌 것 같다. 장독이 모두 엎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