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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Mar 04. 2022

느리게 걷는 고향길

가덕도 눌차만 둘레길 2


수봉을 오르다.


국수봉을 오르다가 뒤를 돌아본다. 진우도가 바로 건너편에 보인다. 진우도는 1905년경부터 (당시는 낙동강 주류였던) 서낙동강 하구에 토사가 퇴적되기 시작하여 1955년에는 지적등록까지 이루어진 섬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낙동강 하구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해안사구에 진우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었는데 1959년 추석 아침에 몰아친 사라호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고 철수하였다. 그 이름을 따서 진우도라 불린다.



편백나무가 우거진 오솔길로 들어선다. 편백나무는 4월에 꽃이 피며, 암수가 각각 다른 가지에 달린다. 9~10월에 홍갈색의 열매가 익는다. 피톤치드가 풍부하여 항산화, 항균, 항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증 해소,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무적 해병 주둔지' 안내판이 서 있는 사거리에서 해병 주둔지가 있었다는 해식애로 간다. 해안 절벽 쪽으로 가다가 바다가 잘 보이는 곳쯤에서 멈춘다.



더 가기에는 위험할 것 같다. 동선 방조제 앞바다는 파도가 세다. 진우도 앞쪽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멀리서 보기에도 잔잔한 호수 같은 항월마을, 정거마을의 앞바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진우도 가운데는 숲이 우거져 있다.


가깝게 진우도, 그 오른쪽으로 신자도, 장자도, 대마등, 명지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멀리 승학산도 보인다.


다시 안내판 사거리로 돌아와 국수봉을 향해 올라간다. 아내는 오르막에 불만이 많다. 눌차 왜성터 찾는다고 헤매던 것이 생각나는가 보다.


삼나무, 편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걷는다. 삼나무와 편백나무의 구별법이 적혀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포토존을 만들어 놓고, 탁자가 놓여 있다.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사진을 찍어 본다.  신통치가 않다. 앞에 보이는 산도 감금봉인지, 응봉산인지 분명치 않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연대봉인가? 앞산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준비하는 세심함이 아쉽다.



가덕도에 있는 두 개의 국수봉 중, 여성을 상징한다는 이곳의 국수봉에는 국수당이 있다. 국수당은 마을의 수호신 국수봉 할머니를 모신 곳이다. 매년 설날 정거마을과 내눌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국수봉 할머니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며 제를 올린다.


국수봉을 지나면 내리막길이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내눌마을에서 정거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를 만난다. 네 갈래길이다. 왼쪽은 내눌마을, 오른쪽은 정거마을, 정면의 오르막길은 눌차왜성으로 가는 능선길이다. 염소 몇 마리가 놀고 있다. 뿔이 크고 수염이 긴 염소가 대장 염소인 것 같다. 대장 염소가 앞장을 서고 다른 염소는 줄을 서서 뒤따른다.



정거마을의 앞바다를 바라본다.  좌우의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와 짙은 푸른색 바다, 약간 옅은 푸른색 하늘, 누른 빛의 마른 풀이 한 폭의 그림이다.  


내눌마을로 내려간다. 과수원에는 유자나무가 심어져 있다. 밭에는 양파가 자라고 있다. 이곳은 유자청과 양파가 많이 생산되는 특산지다.


내려가는 길에서 바라보는 눌차만의 경치가 아름다워 '찰칵'하며 셔터를 누른다. 눌차만 건너편에 가덕도의 중심지인 동선동과 성북동이 보이고, 중앙에 죽도가 동그랗게 떠있다.



오른쪽에는 예쁜 전원주택이 여러 채 줄지어 서 있다. 최근에 지은 집인 것 같다. 신공항이 들어서면 주거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여기까지 영향을 미칠는지.


눌차만 바닷가로 내려선다. 외눌마을에서 오는 둘레길과 만나서 동선 방조제로 간다. 해병 주둔지 갈림길에서 동선 새바지 방조제 쪽으로 내려오는 해안가 길과 합쳐진다.



동선 새바지, 터질목은 가덕 대구의 고향


동선 새바지 방조제다. 새바지는 샛바람(동풍)을 받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 방조제는 눌차도와 가덕도를 잇는다. 이 지역을 마을 사람들은 '터질목'이라 했다. 지명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다. 태풍이 몰아치면 제방이 터진다 하여 '터질목'이라고 하였다는 설도 있고, 또 제방 앞바다가 거칠어 운행하던 배가 잘 터진다 하여 '터질목'이라 한다는 설도 있다.



방조제에는 낫을 묶어단 장대로 파도에 밀려오는 미역을 걷어 올리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방조제 동쪽의 백사장과 넓은 테크 위에는 텐트를 쳐놓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방조제 옆에 승용차가 일렬종대로 주차되어 있고 낚싯대도 열 지어 있다.


매년 1~2월 동해에서 자란 대구가 산란하러 이곳에 온다. 맛이 좋기로 이름이 나서 임금님 진상품 품목에 올랐다는 가덕 대구다. 대구 개체 보존과 어민 소득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2월에 대구 알을 이곳에서 방류한다. 거제도 장목에서도 대구 알을 방류하고 있다.



죽도가 가까이 보이는 해변의 둘레에 산책로 샛바람길을 조성해 놓았다. 쉼터도 두 군데 있다. 갯벌은 밀물시에는 잠기고 썰물시에는 드러나는 연안의 평탄한 퇴적물 벌판을 말한다. 갯벌은 바다생물의 중요한 서식처로 산란 장소며 휴식처다.


천가 어린이집 옆 샛바람 쉼터에 독립유공자 김도근 상이 세워져 있다.



교통과 행정 중심지인 성북마을의 옆 동네다. 여기서부터 지나온 갈맷길 해안가를 따라 터질목까지가 동선마을이다. 동선마을 공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는 이곳은 일종의 신도시다. 샛바람길 근처 해안가로 6면의 '강서 동선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새 주택과 상가가 계속 들어서고 있다. 119 지역대, 천가 어린이집, 우편 취급국도 여기에 들어와 있다.



가덕진 성터와 흥선 대원군의 ‘척화비’


동선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가덕진 성터를 찾아간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가는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일방통행로를 만들어 겨우 차량을 소통시킨다. 옛 마을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다. 옛 집들 사이로 새로 지은 전원주택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갈맷길 리본을 길잡이로 골목골목을 느리게 걸어 연대봉 가는 길을 따라가다가 덕문중학교 담장 앞에 세워진 '가덕진성' 안내판 앞에 선다. 성곽은 대부분 훼손되고 안내판이 서 있는 덕문중학교와 천가초등학교 남쪽 담장이 옛 성곽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조선 중기 남해안 일대에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진다. 조정은 방어 필요성을 크게 인식하게 된다. 중종 5년(1510년) 이곳 성북동에 본진인 가덕진과 천성동에 속진인 천성(만호)을 설치하고 성을 쌓아 순군첨절제사가 주둔하게 된다.



가덕진성 터에는 천가초등학교, 덕문 중고, 파출소, 보건지소 등의 관공서와 교육 기관, 민가가 들어섰다.  옛 천가동 주민센터는 주차장이 되었다.


가덕도 주민 500여 명이 기미년 4월 11일 3시 가덕도의 중심지인 이곳에 모여 3.1 만세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섬을 돌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에 항거하였다.


 중심에 천가초등학교가 있다. 이제는 섬 내에서 유일한 초등학교가 되었다. 1931년 천가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하여 천가공립심상소학교, 천가공립국민학교, 천가초등학교로 이어져 유서 깊은 학교다.



정문을 들어서면 쇄국 정책을 상징하는 흥선 대원군의 '척화비'(부산시 기념물 제35호)가 서 있다. 원래 성북동 선창 마을 뒷산 갈마봉 끝자락에 세워져 있던 것을 옮겨왔다.


비문은 한자로 12자가 새겨져 있으며, 재질은 화강암이다.


洋夷侵犯 非戰則和 主和賣國

戒我萬年子孫 丙寅作 辛未立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아니하는 것은 곧 화친을 하자는 것이요 화친을 하자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우리들의 자손만대에 경고 하노라.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우다"라는 내용의 비문이 적혀 있다.



다시 골목골목을 돌아보며 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로 내려간다. 가덕도동은 가덕도의 행정동이다. 동선동, 성북동, 눌차동, 천성동, 대항동 등 5개 법정동을 관할한다. 중죽도, 대죽도, 미박도는 천성동에 속하고 부산신항은 성북동이다.


가덕도동의 변천을 살펴보자. 조선 말기 '천성면'과 '가덕면'을 합치면서 첫 글자를 따서 '천가면', 다시 '천가동'이 된다. 2015년 가덕도의 인지도를 고려하여 가덕도동으로 동명을 변경하고  행정복지센터를 신축하여 이전하였다.



길, 선창길을 따라 눌차만 둘레길을 걷는다.


선창 서북쪽의 갈마봉에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축조한 가덕도 성북 왜성 터가 남아 있다. 건너편 동선마을과 죽도의 아름다운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느리게 걷는 고향길은 부산신항 개발로 역동적인 마을이 되었다. 하지만 부산신항 개발로 어장 기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신공항도 말이 오간다. 마을 주민의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개발의 그림자를 걷어낼 지혜를 가진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웅동농협 주차장으로 가면서 생굴을 산다. 저녁 밥상에 올라올 굴전을 생각하니 입안에 군침이 돈다.


여기서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성북 IC를 이용하여 거가대로에 진입한다. 일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거제도에서 나오는 차들이 많아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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