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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Mar 31. 2022

아이는 놀면서 배운다

아이와 함께 119 안전 체험관을 다녀오다.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증가한다. 오미크론의 유행으로 확진자가 인구 4명당 1명 꼴이라니 주위에서 확진자 소식은 이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손녀가 다니는 유치원에도 확진자가 늘어난다. 어제는 선생님도 2명이나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확진자가 되었다. 당분간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이 보는 게 만만치 않다. 할 일 없는 사람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집에 가서 아아나 봐라'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정말 아이 볼 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놀이터에서 그네 밀어주다가, 동화책 읽어 주다가 끝내 다툰다. 동화책을 잘못 읽거나 뛰어넘어 읽으면, 손녀는 바로 '그거 아니거든요'한다. 나는 '맞거든'하고 응수한다. 아니거든. 맞거든. 아니거~든. 맞거~든. 점점 목소리가 높아져 간다. 나는 조그만 놈의 말본새가 재미있어 계속 건드린다. 끝내 아이는 울먹이고, 아내가 개입한다. '아이 본다는 게 자꾸 집적이네'.


TV 보는 시간도 다툼 꺼리다. 30분만 봐라. 이놈은 시간이 다 되면 꼭 흥정을 한다. 몇 개 더 보면 안 돼요? 한 개만 더 봐라. 다섯 개만 더. 안 돼 두 개만. 결국 세 개로 합의한다.


엄중한 코로나 상황이 곧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아이의 체험활동 계획을 세워야겠다.




우장춘로, 활짝 핀 벚꽃길을 지나다 본 '119 안전 체험관'을 떠올린다. 119 안전 체험관에 손녀를 데리고 가야겠다. 아이가 구급차 소리만 나면 '구급차다'하면서 창가로 달려가는데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며칠 여유를 가지고 체험일을 잡아야 하지만 예약이 힘들진 않다.

부산 119 안전 체험관의 재난체험코스는 8개의 전문 체험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체험코스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재난상황을 체험하고 안전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 코스다. 아이가 5살이니 '새싹 안전마을 체험관'을 예약한다. 5~7세까지의 아이들 9명이 참가했다. 진행요원이 참가한 아이들에게 구급대원 유니폼을 입히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체험활동을 도운다. 보호자는 대기실에서 모니터로 아이들의 활동을 지켜본다.


실제 신호등이 깜박인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한다. 신호등 건너기를 연습한다. 불이 났을 때 가정하여 손으로 코를 막고 허리를 낮추고 아이들은 연기 속을 뚫고 헤쳐나가는 체험을 한다.

버스 안에 갇혔을 때는 어떻게 할까요? 아이들은 운전대에서 빵빵거리며 클랙슨을 울린다. '나 여기 있어요, 도와주셔요', 유리 망치로 유리창을 깨는 연습도 실감 나게 한다. (모니터로 만들어진) 버스 유리창을 때리니 모니터에 깨진 유리창 모습이 나타난다. 물론 힘이 부족해 선생님이 도와준다.

지진대피 훈련도 한다. 소화기 분사하는 것도 실제 해본다. 암벽 타기도 하고, 미끄럼틀도 탄다. 마치 '키즈 카페'에 온  같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소방관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논다. 놀면서 생활 속에서 꼭 지켜야 할 안전 교육을 한다. 아이들이 체험하여 안전생활의 소중함과 안전의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체험맞이방에서 '119 안전 인형극'을 한다.  공연시간이 맞지 않아 못 본 것을 아이는 아쉬워하다 금세 포기한다. 소방 역사관으로 간다. 역사관이란 원래 좀 딱딱한 법인데 신기하게 관심을 보인다. 재난 현장의 사진을 보며 '왜?, 왜?'를 계속한다.

작은 도서관도 있다. 그림 동화책 두 권을 읽고서야 일어선다.


1층 휴게실에 '소방관의 헌신'이라는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스 시대 조각품 '라오콘의 군상'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으로 소방관의 신뢰감과 강인함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뭐 아이들이 이 조각품을 이해할 수야 있을까만 이미지로 남겠지. 그 옆에 누구든지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도 놓여 있다. 체험시간을 피해 연주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앞마당에 부산소방 1호 헬기가 세워져 있다. 1991년 12월 부산소방항공대가 설되고 다음 달 구입한 부산 최초의 헬기로 26년간 2,400시간 운행한 헬기다. 하지만 아이는 건물 뒤에 있는 키즈랜드에 가고 싶은 생각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금정산으로 올라가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그 밑에 놀이터가 있다. 미끄럼 틀, 시소, 그네, 자전거 등 보통 놀이터에 있는 놀이 기구지만 논다고 정신이 없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사회를 배운다.


건물 옆에 순직한 소방관의 추모 공간이 있다.

부산에서 활동하다 순직한 소방대원 일곱 분의 이름 앞에 묵념을 올리는 할머니를 따라서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한다. 그리고는 '할머니, 오늘은 낮잠도 못 주무셨지요'한다. (2022.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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