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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Mar 14. 2023

섭지코지와 광치기해변에 핀 유채꽃

제주 유채꽃 이야기 3

제주도 유채의 세 번째 이야기를 위해 제주 동부 해안에 볼록 튀어나온 섭지코지를 간다.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라는 뜻의 '섭지'와, '곶'을 뜻하는 '코지'가 합쳐져서 섭지코지다.


섭지코지는 뛰어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유채꽃 명소다.

붉은 송이와 하얀 등대, 푸른 바다와 노란 유채밭의 색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송이가 쌓여 있는 붉은오름, 그 위의 하얀 등대와 기암괴석,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멀리 성산일출봉은 한 폭의 수채화다. 이 모든 해안 풍경이 워낙에 절경인 곳이지만, 봄철이면 노란 유채꽃 물결이 봄나들이를 더욱 설레게 한다.

그라스하우스 앞뜰의 그네를 설치한 조영물 사이로 떠있는 성산일출봉

그뿐만 아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건축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섭지코지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두 건축물이 있다. 그라스하우스와 유민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을 통해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물, 바람, 빛,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한 안도 다다오의 그라스하우스

고교 시절엔 복서로, 청년 시절엔 건설 현장에서 치열한 삶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건축가의 길로 들어선 안도 다다오. 체계적인 건축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탁월한 예술성과 도전정신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일본 오사카 출신의 건축가다.

안도 다다오는 섭지코지의 원생적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하여 두 건물을 설계했고, 섭지코지의 물, 바람, 빛, 소리를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연출하였다고 한다. 한편, 글라스하우스는 방두대 등대에서 보는 성산 일출봉의 아름다운 풍경을 가린다는 비판도 있다.

그라스하우스는 섭지코지의 원생적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하였다는 평가와 성산일출봉을 가린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서쪽으로 드라마 올인의 세트장이 있다.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다. 공영 주차장이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며 광치기해변으로 돌아간다.

드라마 올인의 세트장이 유채꽃과 어우러져 동화 속의 한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성산일출봉 가까이, 광치기해변 가까이 지루할 틈 없이 핀 유채꽃

간조가 되니 광치기해변에는 바닷물이 멀리 빠져나간다. 높낮이가 다른, 이끼 낀 너럭바위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무변광야와 같은 암반지대가 펼쳐진다. 그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 '광치기'는 제주어로 '빌레(너럭바위)가 넓다'는 뜻이다. ​

광치기 해편. 썰물로 물이 빠지니 기묘한 모습을 한 이끼 낀 너럭바위가 드러난다.

광치기해변의 신양리층 육계사주가 만든 일출로를 건넌다.


올레2코스가 지나가는 내수면 둑방길을 따라가며 조성된 넓은 유채밭이 장관이다. 성산일출봉이 가까이 다가온다. 원래 이 인근에 유료 꽃밭이 여러 곳 있었는데 , 지금은 공원으로 개방되었다.

앞으로 성산일출봉, 뒤로 식산봉 앞 내수면을 든든한 배경으로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유채밭.

앞으로 성산일출봉, 뒤로 식산봉 앞 내수면을 든든한 배경으로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유채밭. 돌담으로 밭의 구획을 나누어 놓아 더욱 제주다움을 느끼게 한다.


유채꽃은 '쾌활'이라는 밝은 이미지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노란색의 물결 속에서 이해인 님의 '유채꽃'을 외면서 기분 전환을 한다.

성산일출봉 가까이, 광치기해변 가까이 유채꽃은 지루할 틈 없이 피어 있다.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름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유채꽃> 이해인


(202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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