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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Mar 28. 2023

서귀포 유채꽃 국제 걷기대회

보름모루 / 고근산 / 엉또폭포

제주도의 봄 들녘은 온통 유채로 덮여 있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유채꽃 행사도 여러 곳에서 열린다.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서귀포시 일원에서 유채꽃길을 걷는 ‘제25회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가 개최되었다. 우리는 둘째 날 참가한다.

서귀포시, 일본 구루메시, 중국 다롄시가 ‘동아시아 플라워 워킹리그’를 결성하여 꽃길 걷기를 통해 평화와 화합을 꾀한다. 각 시를 대표하는 유채꽃, 진달래꽃, 아카시아꽃을 주제로 진행하는 봄나들이 축제다.

출발 전 음악에 맞춰 몸풀기를 하고 제주월드컵경기장 광장에서 출발한다. 20km, 10km, 5km 코스 중 선택하여 걸을 수 있다. 우리는 10km 코스를 선택하고 따라나선다.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많이 보인다. 친구, 연인과 함께 한 팀들과 외국인들도 즐거운 모습이다. 함께 서귀포의 봄길을 걸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이 그냥 걷는다.

숨골공원으로 들어선다. 굼부리 같은 곳이 있어 사진을 찍으려 대열에서 이탈하니 행사 행렬은 멀찍이 달아난다. 삼다체육공원, 보름모루공원으로 이어간다.

보름모루에 봄이 왔다. 유채뿐만 아니다. 벚꽃, 철쭉, 동백꽃이 함께 봄꽃 세상을 연다. 뒤로 고근산이 다가온다. 제주혁신도시의 공원 지대를 통과한다. 감귤길공원, 설문대공원, 양쪽 옆으로는 관공서와 국책기관들이 이어진다.

주최 측은 곳곳에 서귀포의 풍경과 봄의 정취를 간직할 수 있는 포토존을 운영하여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선사한다. 중산간으로 올라서니, 농장의 창고 지붕에 포토존이 만들어져 있다. 아래로 서귀포 신시가지가 펼쳐진다. 앞바다에는 범섬이 반쯤 잠긴 맥주병 모양을 하고 누워있다.

고근산 둘레길은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길섶에 장미과의 명자꽃이 빨갛게 피어있다. 머리가 허연 60대 부부가 지나가며 남편이 객쩍은 소리를 한다.

"명자꽃이 피어있네, 나는 명자하고 사는데."


앞에 가던 여자가 돌아보며, "나도 명자인데 명자 씨가 또 있는가 보네요."


등 뒤의 배낭에 단 몸자보를 보니 두 사람 모두 '김명자'이다. 금방 친해진다. 어디서 왔느냐, 올레는 완주했느냐며 계속 대화를 이어간다. 객쩍은 농담을 했던 남편은 슬그머니 밀려난다.

강아지를 업고 가는 젊은이도 있다. 송이채 떨어진 동백꽃잎을 주워 들고 유심히 관찰하는 아이들도 있다.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우리는 점점 뒤로 처진다.

엉또폭포 들머리에 10 km 코스 체크포인트가 있다.


우리는 엉또폭포를 들렀다 간다.

보일 듯 말 듯 숨어 있던 엉또폭포는 비가 한바탕 쏟아지면 그 위용을 드러낸다. 비가 오면 관광객이 많은 곳, 약 50m 높이의 이 폭포는 주변의 기암절벽과 울창한 천연 난대림 사이에 감춰져 있는 비밀의 폭포다.

체크포인트 부스가 있는 삼거리에서 대회 측 안내와 다른 길을 선택한다. 석희농장 가는 길이다. 엉또로 차도를 따라가는 길보다 운치가 있는 길이다. 거리도 단축되고. 유채, 갯무, 동백꽃이 길손을 반기는데 우리만 걸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7, 8백 m 밖에 안 되는 짧은 길이지만 숲길이 아름다운 길이다. 키 큰 상록수들이 하늘을 가린다. 중산간서로에서 대열에 합류한다.

용흥동 마을을 지나가다가 돌담 너머 활짝 핀 복사꽃을 살핀다.

일주서로를 건너 강정마을을 거쳐 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다. 운영본부에서 완보증을 받는다. 국제시민스포츠연맹(IVV)과 한국체육진흥회(KAPA)에서 공식 인증하는 완보증이다.


운동 시간 2시간 44분(총 시간 3시간 7분)

걸은 거리 13km

걸음 수 18,465보

소모 열량 998kcal

평균 속도 4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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