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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Apr 03. 2023

"제주 4·3 견뎌냈으니 / 75년 딛고 섰노라"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봉행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이 4월 3일 10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강한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인원 제한 없이 열린 추념식이라 많은 유족과 도민들이 참석했다.

제75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

‘제주 4·3, 견뎌냈으니 / 75년, 딛고 섰노라’를 주제로 한 추념식은 오전 10시 정각 묵념 사이렌 소리에 맞춰 시작됐다. 이어 애국가 제창, 인사말, 4·3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 사연,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김창범 4·3 유족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4·3에 대한 이념 공세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함께 나아갈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며 “유족들은 서로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여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의 4·3 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라고 밝혔다.

소설 <순이 삼촌> 저자 현기영은 그동안 제주 4·3이 걸어온 지난한 길을 영상으로 경과보고했다.


4·3 당시 할머니와 부모, 형, 누나 등 모든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은 유족의 사연이 추념식장의 분위기를 더욱 숙연케 하였다. '1941년생 이삼문’ 이지만 '1953년생 박삼문'으로 평생을 산 팔십 노인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소개됐다.

“4·3으로 아버지의 성이 바뀌면서 저도 이 씨가 아닌 박 씨로 살고 있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박삼문 씨의 큰 아들 박상일 씨는 직접 단상으로 나와 아버지의 사연을 담담하게 이어간다.


“아버지께선 지난 2016년 제주를 66년 만에 찾으셨습니다. 그날 아버지는 4·3 평화공원 위패 봉안실에서 이배근 할아버지의 위패와 그 옆에 있는 '이 삼 문' 자신의 위패도 보셨습니다.”


“아버지는 사망한 사람으로 되어 있었고 이후 희생자 취소 신청으로 복귀는 됐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저는 희생자 이배근의 유족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7월부터 희생자와의 친자 확인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이배근 할아버지의 후손으로 살아갈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어 박상일 씨는 "이 자리에서 그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하늘에 계신 제 가족께 아버지와 함께 큰 절을 올립니다. 할아버지 저희 왔습니다."며 위령재단에 절을 올려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

본 행사 후에 '동백, 바람을 타고 세계로'를 주제로 문화제가 열렸다. 가수 송가인과 이정이 노래하고, 도립 무용단은 4·3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춤으로 기원하였다.


이날 4·3 평화공원에는 그동안 추념식 인원 제한으로 마음껏 찾을 수 없었던 유족과 도민들이 대거 참석하여 희생자의 넋을 위로했다. 희생자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기 위한 추념 공간인 위패봉안실에는 4.3 희생자 1만 4천4백여 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위패봉안실에는 4.3 희생자 1만 4천4백여 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4. 3 당시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한국전쟁 발발직후 행방불명되어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 3천9백여 명의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는 유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 유족들이 참배하고 있다.

형무소에서 보내온 편지가 비석에 새겨져 있다.


'ㆍㆍㆍ매형에게 부탁하였으니 소와 말을 잘 관리하여 주기를 부탁합니다ㆍㆍㆍ'


'ㆍㆍㆍ몸과 기력에 영양 있는 약 비타민을 한 병만 사서 부쳐주길ㆍㆍㆍ'


'ㆍㆍㆍ늙으신 어머님 처자식의 소식을 듣고 싶사오니 속히 답장하여 주십시오.'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이들이 행방불명인이 되어 표석만 남아 있다. 그 위로 까마귀 떼가 원혼을 달래듯 까악 까악 소리 내어 울며 날아다닌다.

형무소에서 온 편지 중에서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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