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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Oct 31. 2023

부종휴와 꼬마 탐험대

만장굴은 모두 세 개의 입구가 있다. 제1입구에서 제3입구까지 7.4km인 만장굴의 실체를 최초로 밝혀낸 사람은 부종휴와 꼬마 탐험대다.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분출되어 흘렀기 때문에 거문오름 가까운 곳이 1 입구가 되어야 하는데, 바닷가에 가까운 쪽을 1 입구라 합니다. 처음 발견했기 때문이지요. 공개구간이 2 입구, 좀 더 산으로 올라가면 3 입구고. 철망이 쳐져 있죠. 미공개 구간입니다. 꼬마 탐험대는 여기 1 입구에서부터  탐사를 시작했어요."

만장굴의 시작, 1입구

1946년, 김녕초등학교에 부임한 부종휴 선생은 김녕초등학교 5, 6학년 30명으로 동굴 탐험대를 구성한다. 제대로 된 조명기구나 탐사장비도 없이 횃불과 짚신에 의지한 탐사였지만, 횃불을 든 조명반, 기름을 나르던 보급반, 동굴 내부를 조사하는 측량반으로 나눈 꼬마탐험대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짚신 신고 횃불 들고 로프로 20m 자를 만들어 굴의 길이를 측정하면서.


우리는 이야기의 시작만 듣고도 감동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동굴을 첫 발견하고 탐사했다는 것은 세계 동굴사에 없을 거 아닙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모험한 부종휴 선생도 훌륭하지만 동굴 탐사를 허락하고 전교생은 모아놓고 발대식까지 해 주었던 당시의 학교장도 대단히 선진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깜깜한 동굴을 횃불만 들고 탐사했다고 한다. 그때 그 아이들의 심정을 상상해 보자.

"김녕리에 그때 참가했던 꼬마 탐험대 대원 한분이 생존해 계십니다. 어제 탐방하신 분들은 김두전(88세) 님을 만났습니다. 여기서 '부종휴 만장길 걷기' 행사가 있었거든요."


해설사가 전하는 김두전 님 증언은 이렇다.

"탐험대는 신체 건강한 아이들 30명으로 편성하여 여기 1 입구로 들어갔는데 물도 고이고 돌무더기도 있고 동굴 안은 험악했다고 합니다. 굴 자체가 무섭지 않아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밖에 안 나지. 컴컴하니 뭐가 나올 것 같기도 하고."

꼬마 탐험대는 1km쯤 지나서 2 입구를 발견한다. 동굴 천장이 무너진 곳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이상한 냄새가 났다. 선생님이 올라가 확인하니 시신이었다. 1차 탐사는 거기서 중단된다. 학교로 돌아와 경찰에 신고를 하고 시신을 수습하고 하는 과정에 자연히 학부모나 선생님들은 걱정이 많아진다.


"아이들이 넋이 나갔다는 이야기도 있거든요. 그때는 부모들이 반대를 했대요. '선생님 말 듣지 마라'며. 걱정하잖아요. 부모 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굿도 하고 원혼을 달랬다고 해요."


탐사는 한 동안 중단된다. 하지만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해 가을 여론이 좀 잠잠해지니까, 다시 탐험을 재개한다.

만장굴 2입구

본격적으로 탐험을 시작한다. 지난번 그 천장이 뚫린 곳을 지나 계속 진행했는데 끝이 나오지 않는다. 돌기둥나오고  굴이 일층, 이층이 나누어진 곳도 나온다. 굽어진 곳도 있다. 좁은 곳도 있다. 돌무더기가 쌓인 곳도 넘고 계속 가는데.


"굴의 끝이 나오지 않으니까, 겁이 나지요. '우리는 선생님 지시만 받고 그냥 선생님 뒤만 따라가는 거고. 한라산을 뚫고 가는 건지 서귀포까지 가는 건지 불안했다'"김두전 님은 탐사 당시의 심경을 이야기했어요."


박쥐가 푸드덕거리며 나르는 소리가 다. 부종휴 선생은 '이것을 보니 끝이 있겠다'라고 했다. 마침내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보니 굴 끝이 나왔다.

만장굴 3 입구

"그래서 만세를 부르고 난리도 아니었지. 그 안에서."


째 탐사에서 3 입구를 발견했는데 1 입구에서 연결된 것 맞는가 확인하기 위해 다섯 번째 밑으로도 오고 위로도 와서 여기에서 만났다고 한다. 원래 지역 주민들은 이곳에 굴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1 구간부터 연결된 것은 모르고 만쟁이거멀이라고 불렀던 굴이다. 수차례에 걸친 탐사 끝에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던 만장굴의 실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부종휴 선생과 꼬마 탐험대의 만장굴 탐사는 열악한 환경과 걱정하는 주위 사람의 만류에도 끈질진 모험 정신으로 이루어 낸 놀라운 성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만장굴의 총길이 7.4km는 당시 꼬마탐험대가 측정한 길이와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탐험을 마친 부종휴 선생은 아이들과 회의를 거쳐 만장굴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길다는 의미의 '만(萬)', 만장굴 3 입구의 옛 이름인 '만쟁이거멀` 에서'장(丈)' 자를 따서 '만장굴' 이다. 고 넓다는 뜻이다.

만장굴은 현재 (2 입구로 출입하는) 2구간 1km만 탐방이 가능하다. 

부종휴 만장길 시작점, 김녕초등학교

세계유산본부와 제주학연구센터 등은 꼬마탐험대의 모험과 도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김녕초등학교에서 만장굴 1 입구까지 약 4.2km 구간에 '부종휴 만장길'을 조성하였다. 2023 세계유산축전 기간인 10월 7일  77년 전 선배들이 오갔던 만장길을 김녕초등학교 후배들이 따라 걸었다.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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