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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순동 Nov 04. 2023

용암동굴의 학습장, 만장굴 2구간

2023 세계자연유산 특별탐험대 참가를 신청했다. 비공개 동굴 탐험에 앞서 선행학습을 위해 공개 동굴인 만장굴 2 구간을 먼저 탐방한다. 총길이는 7.4km에 이르는 만장굴은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관리하며, 출입구 또한 3개가 있다. 그중 2구간(2 입구에서 3 입구 쪽으로 약 1km)은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어 상시 탐방이 가능하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여러 동굴 중 규모가 가장 큰 만장굴은 용암동굴의 교과서(이)다. 용암유선, 용암선반, 밧줄구조, 용암종유, 용암석주 등 용암이 흘렀을 당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장굴 2 입구

부종휴와 꼬마 탐험대가 만장굴의 실체를 확인하기 전에도 옛사람들은 굴의 존재는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숙종 때, 화공 김남길(金南吉)이 그린 기록화첩 탐라순력도의 '김녕관굴'을 살펴보자.


3개의 용암굴에 횃불을 들고 들어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마를 타고 굴 안쪽을 관람하는 모습이다. 가마를 타고 가는 것으로 보아 지체 높은 사람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입산에 입산봉수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고, 굴 바깥쪽의 우거진 팽나무가 잘 묘사되어 있다. 1702년(숙종 28) 10월 30일에 그린 그림이다. 그림 하단에는 높이 30척, 너비 20척, 길이 5리에 해당하는 굴이라 밝혀 놓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오늘날의 김녕사굴과 만장굴을 합해 김녕굴이라 했던 듯하다.

탐라순력도 '김녕관굴'

행차 형렬이 예사롭지 않다.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 못지않은 기이한 모습을 한 이 동굴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그림이다. 경관적 가치와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만장굴은 우리나라 천연 동굴 가운데 최초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제98호)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포함되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되었다.

공개하는 만장굴 2구간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동굴로서 만장굴처럼 내부의 형태와 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용암동굴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 점에서 만장굴은 매우 뛰어난 학술적, 보전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규모크다. 주 통로의 폭이 18m, 높이가 28m에 이르러 세계의 다른 용암 동굴을 압도한다.


식물이 자란다. 컴컴한 동굴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세월이 오래가면 연약한 식물의 뿌리도 용암을 부순다. 카메라 플래시 사용 자제를 당부한다. 탐방객의 안전을 위한 조명도 최소화한다.

식물이 자란다.

용암유선.  동굴 속을 흐르는 용암의 양이 줄어들면서 용암의 높이가 벽면에 선으로 남겨진다. 이를 용암 유선이라 한다. 만장굴의 벽면에는 다양한 높이의 용암유선이 많이 발견된다. 동굴 안으로 흐르던 용암의 수위가 지속적으로 낮아졌음을 뜻한다. 또 용암의 흘렀던 방향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용암유선

낙반. 동굴 바닥에 암괴가 쌓여 있다. 낙반이라 한다. 동굴이 만들어질 때나 만들어진 후에 천장의 암석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바닥의 용암이 굳으면서 흐름을 멈추면 떨어진 낙반은 이와 같이 그대로 쌓인다. 흐르는 용암이 많을 경우에는 대부분의 낙반은 용암에 의해 하류로 떠내려간다. 아니면 흐르는 용암의 열에 의해 녹는다.

낙반

용암표석.  동굴 속을 흐르는 용암과 함께 떠내려가던 낙반이 적당한 장소에서 굳어져 만들어진 형태를 말한다. 흐르던 용암이 낙반에 막혀 흐름이 느려지면 낙반을 완전히 둘러싸서 굳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어 공이나 낮은 언덕 모양을 형성한 용암표석을 용암구라고 한다.

용암표석

규암편. 만장굴의 낙반은 대부분 현무암질 암석이다. 그 내부에는 간혹 현무암과 구별되는 약 1-5cm 정도 크기의 백색이나 회색을 띠는 암편들이 포함된 것도 보인다. 용암이 지표로 올라올 때 제주도 기반을 이루고 있는 변성암류(규암)가 함께 끌려올라와 용암과 함께 굳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규암편

거북바위. 제주도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만장굴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바위를 만난다. 낙반이 흐르는 용암에 떠내려 가다가 정지한 용암표석이다. 용암표석이 바닥에 정지한 후, 뜨거운 용암이 표석의 가장자리에 달라붙어 굳어진 것이다.

방향을 바꾸어서 보면 거북이 모양이라 거북바위라 부른다. 거북바위의 옆면에 남아 있는 용암유선의 높이는 동굴벽면에 남아있는 것과 일치한다.

거북바위

용암선반. 마치 선반과 같은 형태의 용암 생성물을 발견한다. 용암동굴이 생성된 후, 동굴 내부를 흐르던 용암의 일부가 벽면에 달라붙어 굳어진 구조를 용암선반이라 한다. 생긴 모양에 따라 용암발코니, 용암벤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용암선반

용암유석. 동굴 벽면에 추상화를 그려 놓은 듯한 모습들이 보인다. 용암유석이다. 동굴내부로 용암이 흐를 때 뜨거운 열에 의해 천장이나 벽면이 녹아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굳어 생긴 구조이다. 벽면을 따라 흘러내린 용암은 온도와 공급량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용암유석을 만든다. 또는 용암동굴이 만들어진 후 동굴 벽 속의 굳지 않은 용암이 벽면의 작은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며 용암유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용암유석

용암석주. 특히 개방구간 끝에서 약 7.6m 높이의 거대한 용암석주를 본다. 천장이 뚫려 상층굴에서 하층굴 바닥으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으면서 쌓인 동굴생성물이다. 마치 기둥모양을 하고 있어 용암석주라 한다. 높이가 7.6m에 이르는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용암석주

용암종유는 동굴 내부로 용암이 흐르면서 열에 의해 천장의 표면이 부분적으로 녹으면서 뾰족한 상어 이빨이나 빨대 모양으로 만들어져  천장에 달리는 동굴생성물이 말한다. 용암석순은 천장의 표면에서 녹은 용암이 바닥에 떨어져 쌓이면서 죽순처럼 솟은 동굴생성물이다. 용암종유와 용암석순이 자라 맞닿으면 용암석주가 된다.

용암석주 형성과정

용암발가락. 코끼리의 발가락 모양을 한 용암표석이 있다. 천장에서 흘러내린 용암은 바닥 양쪽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용암발가락 구조를 형성한다. 용암이 흘러가는 앞쪽의 끝 부분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면서 코끼리의 발가락 형태와 유사하여 굳어 용암발가락이라 불린다. 만장굴의 상층굴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상층굴 바닥의 무너진 틈(창구조) 사이를 통해 쏟아져 내린다.


용암 가닥이 하층굴 바닥을  겹쳐서 흘러가면서 표면과 전면이 굳어지고 그 아래로 발가락처럼 튀어나온 구조를 말한다. 고무장갑을 뒤집어 공기를 불어넣고, 입구를 막은 다음 누르면 손가락 모양이 튀어나가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구조를 말한다.

용암발가락

세계 최장인 이 굴을 꼬마탐험대와 함께 처음으로 답사하고 만장굴이란 이름까지 지은 부종휴 선생(당시 44세)과 이정희 씨(당시 25세)는 우리나라에선 처음인 동굴 결혼식(1969년 5월 31일)을 올렸다. 결혼식을 올린 곳은 만장굴 제2입구에서 약 70m 떨어진 동굴 광장(높이 7m, 너비 10m, 지하 20m) 지점이다.

부종휴 선생 부부가 동굴 결혼식을 올린 곳

2백 개의 촛불로 굴속을 밝히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신부는 약 7백 m 지점의 거북바위까지 주례와 하객들과 함께 행진을 했다고 한다.

그 후 이곳에서 동굴 음악회도 열렸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자연유산 보호를 위해 행사를 하지 않는다.


9월에 들어섰는데 아직도 제주는 무더위가 계속된다. 만장굴 내부 기온은 10~14°C로 서늘하다. 만장굴에서 만년의 비밀을 만나보는 것도 더위를 피하는 한 방안이 된다. (2023.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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