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하기 한 해 전 일이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삼촌이 용돈을 아껴 토끼 새끼 두 마리를 샀다. 삼촌과 나는 열심히 풀을 뜯어 먹이를 주고 정성껏 키웠다. 토끼가 커 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토끼풀을 잘 먹는다 하여 토끼풀을 뜯으러 밭두렁 논두렁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병구 누나가 시집을 가게 되어 병구 집 마당에서 혼례를 올렸다. 신랑이 공군 장굔가 하사관이었던가 직업군인이어서 신랑 친구인 공군들이 우인 대표로 따라왔다. 신랑 친구 접대를 위해 우리 집 사랑방을 빌려 주었다. 당시 잔치집에서는 우인 대표 접대와 가구쟁이라고 부르던 넝마주이를 상대하는 일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전담하는 사람을 몇 명 붙여놓곤 하였다.
삼촌과 내가 토끼풀을 한 아름 안고 막 대문을 들어서는데 술 취한 신랑 친구 몇 명이 토끼장에서 토끼를 꺼내고 있었다. 토끼탕을 끓여 먹겠다고. 어른들은 부재중이었고, 삼촌과 내가 이를 제지하려고, 토끼를 움켜쥐고 달아나는 군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중학교 일 학년 삼촌과 일곱 살짜리인 나로서는 막는다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삼촌은 바로 나가떨어졌고 나는 울음을 터트렸다. 소란스러워지자 잔치집에서 청년들이 달려오고 급기야 신랑 측 어른도 나서 말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2021. 4. 28(수) 화명 생태공원 산책길을 걷다가 토끼풀을 보니 키우던 토끼를 둘러싼 소동이 생각난다. 토끼가 잘 먹어서 토끼풀이라는 설도 있고, 토끼풀 꽃이 토끼 꼬리를 닮아서 토끼풀이라 불리었다는 설도 있는 토끼풀.
토끼풀은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영어권에서는 clover로 부르는 콩과 식물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풀밭에서 잘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밑 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 땅바닥을 옆으로 기며 자란다.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뿌리처럼 보이는 줄기나 씨앗으로 번식한다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작은 잎이 겹잎으로 마디 사이에서 위로 곧게 나온다.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는 잎은 어긋나며 3장이다. 주변 환경에 의한 돌연변이로 4-5개의 작은 잎을 가지는 것도 있다. 유럽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네 잎 클로버가 희망·신앙·애정·행복을 나타내며, 이것을 찾은 사람에게는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을 믿고 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토끼풀 잎을 책갈피에 끼워 말려 본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꽃은 4-7월 사이에 핀다. 꽃이 꽃대 끝에 모여 머리 모양을 이루어 한 송이 꽃처럼 보이는 두상 꽃차례에 백색의 많은 꽃이 방사형으로 나와서 달린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콩과 식물인 토끼풀은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 박테리아로부터 질소를 공급받아 생장 영양분으로 사용한다. 토끼풀이 사용하고 남은 질소가 토양을 비옥하게 하여 다른 식물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꽃말은 「희망이 이뤄짐」, 「행운」이다.
삶이란 원래 자잘한 걸, 삶이란 처음부터 일상적인 걸, 촉촉한 손을 내밀어 꼭 잡아주면 이렇게 행복인 걸, 세 잎이면 어떻고 네 잎이면 어떠리, 바람이 불면 같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 끝에 오는 슬픔도 같이하면서 함께 일어선다. 옹기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