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나들목에서 동해안을 따라 월내, 진하, 포항으로 올라가는 31번 국도가 장릉 앞을 지난다. 노루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장릉 삼거리에서 31번 국도를 따라 평창 쪽으로 5분 정도 떨어진소나기재로 간다.
단종이 영월 청령포로 유배 가는 길에 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어 가게 된다. 이곳에서 단종은 문곡천이 서강으로 흘러드는 문개실 강변에 솟은 야트막한 둥근 봉우리를 보고 청계천 영도교에서 헤어진 정순왕후를 떠올린다. 다소곳한 봉우리의 모습이 정순왕후를 닮았다고 느껴 '옥녀봉'이라 명명하고 이 고개를 넘다가 소나기를 만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참고 있던 단종의 눈물이 소나기로 내렸다고 여겨 이 고개를 '소나기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청령포까지 5.7km, 옥녀봉까지 1.7km라는 '단종대왕 유배길'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나무 덱을 오른다. 소나기재 정상 부근에 ‘선돌’이라 부르는 약 70m 높이의 기암괴석이 우뚝 서 있다. 단종은이날 영월읍 방절리 날골마을과 남애마을 사이의 서강변에 솟아 있는 선돌을 바라보며 마치 신선과 같다고 하여 사람들은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선돌은 거대한 고생대 석회암이 수직으로 쪼개진 틈을 따라 암석이 부서져 내리면서 바위기둥이 남게 된 것이다. 주변 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석회암이 깎여 발달한층암절벽은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서강의 푸른 물과 어우러져 경관이 빼어나다. 전망대에 오르면 선돌과 서강, 옥녀봉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돌 아래 깊은 소가 있다. 그 가운데 자리 잡은 자라바위와 기암괴석 선돌에 얽힌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남애마을의 한 장수가 전쟁에 패해 자라 바위에서 투신하여 선돌이 되었다는데, 그 후로 선돌에서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루어진다고 한다.
전망대 앞에 영화 '가을로' 촬영지라는 큰 안내판이 탐방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 '가을로' (감독 김대승, 주연 유지태·김지수·엄지원, 2006. 10월 개봉)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소재로 피해자와 주변 인물들이 사고의 후유증을 치유해 가는 과정과 남녀의 애정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 '가을로'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인한 ‘사랑의 상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십 년 전 민주(김지수)가 현우(유지태)를 위해 준비해 둔 선물, ‘여행 노트’가 현우에게 전달되면서 슬픈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승화된다. 이야기는‘여행 노트’에 담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가장 아름다운 일몰, 가장 아름다운 달빛, 가장 아름다운 햇살, 가장 아름다운 숲을 따라 가며 사랑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영화 '가을로'
'가을로'의 제작진은 “풍경으로,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게 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히고, 그 풍경들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역대 한국 영화 최고의 로케이션을 준비했다고 한다.
개봉 당시 풍경으로 담을 수 있는 모든 느낌과 놀라움을 간직한 영화로, 여행이 줄 수 있는 모든 기쁨과 추억을 풍경으로 표현한 영화로 주목을 받고,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2006년)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는데 흥행에는 실패한다. 하지만 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 노트'에 담긴 여정을 따라 떠나는 '가을로' 촬영지 테마 여행신드롬이 일어난다.
우리의 발길은 문곡천을 거슬러 오르는 31번 국도를 타고 숙소를 찾아 평창으로 들어간다. (2022.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