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문학치료다 (상)

게임은 더 이상 오락이 아니다

by 제이언

위 배경 사진은 <몬스터 헌터 와일즈> 플레이 도중 찍은 스크린샷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오락 좀 그만하라고 혼나거나 빈축을 사곤 했는데, 어느 시점에서부터 게임을 향한 어머니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건 단순히 내가 성인이 되었기 때문은 아니며, 게임 역시 소설이나 영화 같은 작품으로 인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점점 그래픽이 발전하여 짧은 영상이나 스크린샷만 봐도 영화나 진배없어지고, 스토리도 탄탄한 작품들이 늘었다. CG 같은 부분이야 기술력의 한계로 예전 게임들이나 고전 작품들은 지금 시점에서 별 볼 일 없을 뿐, 스토리나 연출이 뛰어난 작품들은 많았다. 우리나라의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어머니처럼 오락 좀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기성세대들의 시선과 사회 분위기가 게임을 터부시하게 만든 것이다. 한때 게임중독의 주제를 다루며 게임은 질병인가? 라는 토론도 있지 않았는가. 오락이라는 단어에서 벌써 느껴지는 것이다, 마치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던 그 느낌. 어머니를 포함한 일부 기성세대들의 시선은 달라졌지만, 사회 분위기는 여전하다. 그들의 색안경 그래픽은 2000년대 초반에 멈춰 있다, 멈춰 있으니까 우리가 색안경이라 부르는 것이겠지.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도 요즘은 웹소설이나 웹툰에서 기반한 작품들이 많다. 만화는 되는데 게임이라고 안 될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공한 게임 영화의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중적으로 알 만한 작품들로 예시를 들어보자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툼 레이더>,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중학교 때 선생님 몰래 애들끼리 봤던 <사일런트 힐> 등이 있다. 전부 2000년대 초반작들인데, 좀 최근 작품들의 예시로는 <명탐정 피카츄>, <수퍼 소닉> 시리즈, <언차티드>, <프레디의 피자 가게>, 그리고 가장 최근인 <마인크래프트 무비> 정도가 있겠다. 이렇게 나열하니 꽤 흥행작들이긴 해도, 예시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들이 허다하며, 원작 게임의 팬이 아닌 대중들이 보기에 정말 괜찮은 작품들은 몇 안 된다. 원작 게임을 잘 모르면 이해할 수 없거나, 반대로 원작과 설정이 너무 달라져서 몰입을 해치거나, 유치해졌거나, 그냥 못 만든 작품이거나 등등. 완전 대중적으로 되기에는 멀었다. 그래도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메이저한 포켓몬 같은 작품은 어차피 극장판 만화가 있고 IP 자체가 뛰어나니 굳이 호불호 갈릴 실사화를 낼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인디 게임 중 영화로 만들면 괜찮겠다 싶은 작품들은 직접 플레이해 보면서 종종 있었다. 대부분 공포 게임이긴 했지만, 사실 공포 장르에 대단한 스토리가 요구되는 것은 아니고 설정과 연출, 인물 내면 묘사가 뛰어나면 그만인 것 같다. 거기다 스토리까지 탄탄하면 명작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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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게임은 웹소설이나 웹툰과 달리 이미 완성된 콘텐츠다. 눈으로만 읽고 끝나는 글과 그림과 달리, 게임에는 음악이 있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물끼리의 상호작용을 성우들의 더빙된 음성으로 들을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예로 들자면, 위 캐릭터의 외형과 목소리마저 플레이어인 내가 직접 골라 나만의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다. 주연 배우가 여성이지만 삭발하고 수염도 기르고, 귀 끝이나 엉덩이 등 원하는 곳에 문신도 넣고 목소리는 중년 남성의 것으로 선택하는 등, 현실에서 볼 수 없을 특이한 조합으로 창작할 수 있다. 역할을 위해 힘들게 감량하거나 반대로 살을 찌우는 등 인간으로서 대단하고 직업의식 투철한 배우들의 노고가 불필요하다. <드래곤볼>의 프리저 등, 일부러 엽기적인 예능형 캐릭터를 만들어 플레이하는 분들도 많다, 대부분 유튜브 스트리머지만. 심지어 등장인물을 내 마음대로 죽이거나 원하는 엔딩도 고를 수 있다, 이건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발더스 게이트 3> 같은 작품에서 가능하다. 즉,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배우가 되어 등장인물들과 상호작용하고, 여러 가지의 엔딩 중 하나를 맞이하게 된다. 아예 새로 시작하거나 특정 분기점에서 다시 로드하여 다른 선택을 하면 다른 엔딩들도 볼 수 있다, 이건 가만히 앉아서 이미 결말까지 다 정해진 동영상을 시청하는 영화나 드라마 관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관객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직접 무대에 참여하여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무엇이 더 우월하냐로 선을 긋는 건 아니지만, 이미 완성된 콘텐츠인 게임을 영화로 제작하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다운그레이드 같은 느낌을 주고, 게임으로서의 매력을 없애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아주 유명하고 완성도 높은 AAA 게임보다는 볼륨이 크지 않은 인디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예전 드라마 <무빙>을 본 후 원작 웹툰을 찾아 감상하던 것처럼, 영화가 흥행하면 그 오리지널인 인디 게임을 하고 싶어질 일반 대중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게 올바른 윈윈의 표본이 아닐까?


이 글을 구상할 때 평소의 일기처럼 힘든 일상 후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게임, 그 게임을 할 수 있게끔 각종 게임들이 모여진 스팀 플랫폼에 대한 수필을 발행하고자 했다. 그런데 적고 보니 게임에 관한 고찰이 되어버렸다. 글이 장황한 것은 내 실력 부족도 있겠지만, 브런치스토리 이용자들 중 나처럼 게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노파심에 소개글이 된 것 같다. 네이버 블로그 때와는 달리, 여기 계신 분들은 뭔가 고상하고 품격 있어서 오락 따윈 하지 않을 것 같다는 나의 색안경일 수 있다. 고로 (상)편, (하)편으로 나누어 다음에는 스팀에 관한 얘기와 딱히 변동 없는 눅눅한 일기 같은 글을 발행할 예정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너무 길어지면 독자들이 끝까지 읽기 힘들거든. 분명 제목은 문학치료인데 입에 감기약 2L를 냅다 들이붓는 건 의료행위가 아니라 고문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