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길>
▷ 위치 :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259-2
▷ 가볼만한 시기 : 10월말~11월 중순
▷ 함께 가볼만한 곳 : 공세리성당
어이, 여기까지 왜 왔어?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여기 은행나무를 보러 왔던데, 사실 난 매우 귀찮아 죽겠어.
사람들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꾸역꾸역 몰려드는지 이해할 수 없거든.
당신들은 모를거야.
저기 노란 은행나무들은 지난 여름에는 초록빛으로 찬란했었지.
그때 은행나무는 저 자리에서 내려쬐는 땡볕과 세찬 비바람을 꿋꿋하게 지켜내었어.
시련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지.
은행 냄새가 고약한 것은 그런 삶의 고통을 내면 깊이 가둬 두었기 때문일지도 몰라.
이젠 생명을 다한 은행잎이 노란 수의로 갈아 입고, 먼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거야.
하염없이 툭툭 떨어지는 저 은행 잎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
나는 여기 조문오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상주라고나 할까.
저기 노란 은행잎들의 화려함 뒤에 숨겨져 있는 슬픔과 아픔도 함께 보아 주었으면 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찬란했던 젊은 날의 슬픔을 기억해 줘.
그래도 먼길 왔으니깐, 은행나무 잎들에게 안부 인사해 줘.
그만큼 했으니 고생했다고, 잘 버텨냈다고.
너의 삶은 치열했지만 아름다웠다고.
당신들은 이번에 왔다가 다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또 다시 긴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새 봄을 기다릴거야.
봄이오면 새로운 은행잎들이 피어나겠지.
그렇게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킬테니, 당신들도 당신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줘.
그게 이 세상속에서의 각자의 소명 아니겠어?
나무나 인간이나, 땅에 뿌리를 딛고 자라는 존귀한 생명인거야.
그 가치로운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신네들의 삶도 응원할게.
여기까지 와서 격려해 주어 고마워.
내 꼬리 밟지 않도록 조심히 비켜 지나가 줬으면 해.
가끔씩 날 밟고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만나서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