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쉽게 피로해
활자화된 언어를 많이 만나지 못하고 있는 요즘
바닷가에 나가 수평선을 진하니 바라보는 때가 많다
그 또한 삶의 한 방편이겠거니
생활의 소중한 재료가 되는 것이겠거니
마음을 추슬러 나간다
오늘도 바닷가에 나가서 바람을 통해
바다의 노래를 들었다
어제 뭍에서 들려준 사나운 소리의 여운을
조금씩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은 포말이 되어 내 안전에 다가왔고
햇살이, 거친 노래를 다스리는 재주를 보면서
내 삶의 현재를 뇌여 보았다
그 자리에는 수국이 피고 있었고
문주란이 자라고 있었다
눈으로 만나는 자연으로, 귀로 만나는 세상으로
오늘의 내 생활이 넉넉하지만
젊은 시절, 미지의 세계를 언어로 탐했던
그 기억은 아쉬움이 된다
때를 맞춰 형편에 따라 기꺼워하는 것도
지혜라 여겨진다
마음으로 지혜를 만나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