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시간을 걷고 있다
젊을 때의 떨림은 사라지고 없다
비가 그리도 좋아 그것을 맞기도 즐겨했는데
이제는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다
조금은 스산한 느낌이 되는 것을 보며
무심히 흐른 시간을 생각한다
삶은 변화의 지속성 위에 쌓은
조그만 건축물이라 생각한다
그 건축물이 어떠한가에 따라
생애의 빛을 새기면 될 듯하다
내 생애의 건축물을 새김질해 본다
건축물은 모양 나게 만들어진 듯한데
그 안에 집기들이 별로 없다
아기자기하고 빛이 나는 물건들이
내 자리에서는 수집되지 못한 듯
돌아보는 자리의 시간들이 현재와 어울려
어수선한 상태가 되고 있다
비 오는 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생의 길에 머문 여운을 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