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도 내린다
30시간을 지속적으로 내린다고 예보는 하고 있지만
비 내리는 게 보통 지금까지 경험해 온 바에 의하면
내렸다가 멈췄다가 내렸다가를 반복하는 속성을 지녔는데
이 번의 비는 정말 지속적으로 내린다
약함과 강함은 있지만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가로등 위에 개울을 만들어 놓았다
제주에 와서 처음 만나는 대단한 비인 듯하다
태풍이 제주 아래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면서 그 영향을 받는다고?
대단한 비다
바람도 사람들의 걸음에 여유를 주지 않는다
우산보다는 비옷을 선호하도록 만드는 제주의 날들
경이에 찬 눈으로 그 비를 쳐다본다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하진 않는다
창으로 펼쳐지는 비 오는 제주의 모습을 마음껏 흡입하고 있다
내 삶에 힘이 있었던 날엔
비가 그리도 좋았는데, 빗소리도 정겹고 비도 마음을 후련하게 했는데
이제 힘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움직이는 반경을 좁게 만든다
생각도 넓이에 한계를 지니게 한다
비가 많이도 내린다
제주에서 처음 만나는 비인 듯하다
늘 비어 있는 제주의 하천이 웅장한 소리를 하고 있다
개울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