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많은 시간을 낯선 땅이었던 제주가
한 해 살기를 통해 이젠 아주 가까운 땅이 되었다
바람이, 돌들이, 눈비가 친근하게 다가오고
어디서나 보이는 바다가 꿈에 보던 바다가 아니었다
생활이 제주가 되고 제주가 생활의 터전이 되는
오늘의 시간을 만나고 있다
한 해 살이로 출발한 고운 땅이
이제는 여러 해 살이로 변모하고
언제 이 땅이 추억의 땅이 될지 예측이 안 된다
흐르는 대로 맡겨 두고 내 삶을 지켜볼 작정이다
바람처럼, 바다에 이는 포말처럼
시간이라는 것은 찾아왔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찾아오는 것
이제는 내가 머무는 곳이 바로 내 생의 길,
어디에서 그 길이 흩어져도 수용하는 겸허를 만나며
제주의 살이가 가볍고 감사하다
제주시의 공간에서 머문 많은 시간을 이제
포선 쪽으로 옮겨 여유의 시간을 지녀볼까 한다
포선의 작은 공간이 큰 지혜가 되어 주변에 머물며
생의 가벼운 걸음을 걷게 한다
뭍도, 제주도, 포선도, 비행기의 작은 의자에 앉아
내 남은 시간들을 지켜보고 있다
제주 동남쪽의 밀감밭이 노랗게 채색되어 나날이
내 눈앞에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