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에 깨어 있다
아니 늦은 시간에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새벽 3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하얀 불빛과 더불어
하루를 새김질하고 있다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아침인 듯해서 일어났는데,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다
눈이 다시 감기지 않고
일어나 마음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잠을 청하는 것도 이상하기에 말이다
이른 시간에 눈만 뜨는 것이 아니고
의식까지 열려 있다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뭔가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잠은 언제고 잘 수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고
제주로 가는 팔천 피트의 상공에서도 의식을 놓을 수 있다
지금 새로운 생각에 골몰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오늘은 또 많은 길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늦은 시간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되겠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니까 쟁그랍게 들리는 바깥의 바람 소리까지
다가올 시간을 하얗게 만든다
그 하얀 나라를 푸르게 바꾸기 위해
다짐과 걸음이 길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다짐과 걸음을 이 시간 나의 불빛에 녹게 하고
무심을 생각의 편린으로 다림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