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른 시간 깨어 있다

by 이성진


20250216_1904381.jpg?type=w773




이른 시간에 깨어 있다


아니 늦은 시간에 잠이 들지 못하고 있다


새벽 3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하얀 불빛과 더불어


하루를 새김질하고 있다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아침인 듯해서 일어났는데,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다


눈이 다시 감기지 않고


일어나 마음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잠을 청하는 것도 이상하기에 말이다


이른 시간에 눈만 뜨는 것이 아니고


의식까지 열려 있다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뭔가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는다


잠은 언제고 잘 수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눈을 감을 수 있고


제주로 가는 팔천 피트의 상공에서도 의식을 놓을 수 있다


지금 새로운 생각에 골몰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오늘은 또 많은 길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늦은 시간 잠들지 못하는 이유도 되겠다


마음이 왔다 갔다 하니까 쟁그랍게 들리는 바깥의 바람 소리까지


다가올 시간을 하얗게 만든다


그 하얀 나라를 푸르게 바꾸기 위해


다짐과 걸음이 길이라는 것을 안다


그렇게 다짐과 걸음을 이 시간 나의 불빛에 녹게 하고


무심을 생각의 편린으로 다림질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밤과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