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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언어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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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지 않은 깊은 밤


책상 등을 앞에 놓고 생각에 잠긴다


불빛을 멀리 두고 싶지만


그러면 생각의 깊이가 얕아진다


불을 껐다가 다시 켜고 다시 끄고


시간은 흘러간다


문득 시계를 보니 잠을 잘 시간을 놓친 듯하다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지는 때다


체념과 지혜가 동원된다


사위는 검은 나라가 되어 있다


잠을 못 이루는 깊은 밤


적막과 아득함과 기억들이 편린들만 안개처럼 돌아다니는 시간


정갈한 시냇물 같은 언어를 찾는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벗이 된다


언어는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고


어둡고 건조하고 아득한 내 길을 밝혀


삶을 가지런하게 만들어 준다


자판기가 보이지 않아 책상 등을 가까이 가져와


오늘은 잊어버리고


지난 시간들과 내일의 시간에 나를 만나는 언어


심연에 빠진 나의 좋은 벗이 된다


깊은 밤 나를 통통하게 만드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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