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걸음은 두 곳을 향한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
쉬운 일과 어려운 일
마음에서도 항상 둘은 공존해 있고
시선에서도 나누어 길을 만든다
무엇을 얻고 싶은 마음과 얻어서 무엇 하나 하는 마음
그곳을 찾는 행위와 찾지 못하는 행위
걸음은 늘 평행선을 달리고
마음과 움직임이 또 싸운다
겉과 속이 서로 다툰다
나이가 들어가니 둘의 공존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무탈하게, 평온하게, 다툼 없이
내 길의 주변에 바람이 잔잔하기를 원하게 되고
자꾸만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가는 기운들에
거부하는 몸짓이 일어난다
마음에서는 가고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막다른 골목도 있다
오늘 나는 산길을 걷고 싶은데
바람이, 옷의 무게가, 간절함이
내 걸음에 장애가 되고 있다
산길은 산길대로 혼자서 걷고 있고
나는 나대로 언어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