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생각한다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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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30여 년이나 동행했던 자동차를 생각한다 시간과 더불어 온갖 것들이 변해 가니까 더욱 그런 듯하다. 3-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희로애락을 담았던 차들, 30여 년 많은 차들이 나에게 왔다가 갔다. 그들이 당시에는 그냥 왔다가 가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 않다. 숱한 의미를 담고 존재하고 사라져 갔다.



차가 가지 않을 곳을 가고.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서 담장 옆에 붙여 두고 그러다 보니, 또 많은 시간 걸어가다 보니 조금 아프기도 하다. 그 아픔을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 난 그냥 두고 바라본다. 처음 가졌을 때는 눈비를 맞을까 다른 차량에 노출될까 덮개도 입히고 했는데 어느 때부터 그런 일들이 너무 성가신 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치유가 제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생의 걸음을 걷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나게 속한 자동차에 미안한 생각이 드는 시간도 많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생의 능력이 미약해지면서 약을 처방해도 경제성이 상실되었다고 생각될 때 떠나보내고 새로운 차를 구하곤 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는 줄 알았고 보내고 다시 만나는 일에 무덤덤했다. 절절한 생명이라는 것을 결부해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근함이 사라진 데 대해 조금의 서운한 감정은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요즘 차를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훼손과 상처를 입는 것이 남처럼 생각이 되지 않는다. 고쳐서 새로운 살들이 돋아나게 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새롭게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쉽게 허락이 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청리와 청소를 통해 조금이라고 더 가까이 있기를 원한다.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자동차는 시간의 무게를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아껴도 그것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병원이 제아무리 사랑을 베풀어도 시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동차를 통해 느낀다. 그러기에 자동차의 눈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애잔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오늘도 길을 걷는다. 자동차가 하루를 보내면서 얼굴에 피곤이 쌓이듯 우리들도 그렇다. 어둠과 함께 찾아오는 시간들 속에 부식되어 가는 인생들이 보인다. 부품이 잘못되면 자꾸 고쳐서 사용하고 있지만 자정의 노래가 언젠가는 힘겨울 때도 있을 게다. 그러기 전에 서로 인정하고 어울려 왁자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게 자동차가 잘 달리게 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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