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넉넉하게 먹고 났더니
세상이 스멀거리며 아득하게 다가온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세계가 다가오고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투명해진다
그들을 만나다 보니 지난 책상에서 10분의 시간으로
새로운 힘을 얻고 개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정말 세상에 대해 자신이 있었는데,
잠도 달고 따뜻했는데
이젠 시간에 대해 겸허해지고 있다
낮에 잠시 길을 떠났던 자리에서 돌아와
사양의 햇살 아래 섰다
기분이 그리 상쾌하지만은 않다
몸도 주눅이 들고 있다
이런 때는 날개를 달고 날아갈 듯해야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만들지 않는 모양이다
밤과 낮이 바뀐 일상을 보내는 요즘,
낮에는 아득해지는 시간이 많다
밤에는 정밀한 소리까지 들려온다
낮에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나도 모르게 기억 속의 사람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