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표선에서

by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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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이 밉지가 않다. 이맘때면 보통 바람 자체가 힘겨운 때다. 연일 열대야를 보도하는 뉴스도 그렇고 실제 끈끈이 같은 물기가 배이는 신체도 그렇다. 바람이 환경을 더욱 힘들게 하는 때다. 뭍의 공기는 그런 빛을 역력히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 제주 표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더위를 빼앗아 간다. 싱그러운 냄새까지 가져다준다. 바람이 무척 예쁘게 다가오는 표선의 거처다.



이곳에서 올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더위에 한반도의 모두들 긴장을 하고 있다. 극한 오후란 말을 하더니 극한 폭염이라는 언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만큼 놀라운 열기를 느끼는 나날이 되고 있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제주의 표선 이곳에 머물고 있는 나에겐 그 말들이 그리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에어컨이 아니더라도 바람이 짙푸른 잎새가 가득한 나무의 그늘 같은 향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자연풍으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올해는 그것이 가능해진 여름이다. 그러다 가까운 해수욕장에 가서 뜨거운 햇살을 마음껏 몸에 담기도 한다. 그것이 조각을 하여 평소의 집안 생활에서는 싱그러운 바람을 찾아낸다. 나뭇가지 끝에 새처럼 다가온 바람, 가끔씩 창문을 넘어오는 그 바람에 심신이 넉넉해진다. 많은 시간 꿈결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은 자연이 주는 혜택이 있음이랴.



오늘도 에어컨을 접고 창문을 열어 놓고 언어와 놀고 있다. 언어가 다가와 따뜻한 말을 건넨다. 주어지는 조건에 감사한 삶을 살고 있음은 큰 축복이라고. 정말 그렇게 느끼는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있다. 이 여름 어느 곳에서는 열매가 영글어 가리라.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더북 빛나는 색상을 만드리라. 창문을 열고 열매들이 익어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눈이 자꾸만 작아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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