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지 않고 산다
기억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과도 통한다
주어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만들고
미래의 불확실성이 망각을 일깨운다
비가 오는 시간을 살고 있다
비가 오니까 비를 생각하게 된다
어느 언어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렇게 살고 싶어도 존재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지난한 생각이 부질없다는 것을
그렇게 순조롭게 흐르고 싶어도 개울은
바위가 앞에 있으면 굽이쳐 흐른다
비가 오니까 비로 만난 것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기억이라는 사치를 가지고 흥분한다
쉽게 가까이 둘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꽃잎처럼 본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난 요즈음 많이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난 비가 오면 비 속에 살고
바람이 불면 또 그렇게 바람 속에 살려 한다